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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콩코드 오류

입력
2017.03.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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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으로 구두를 샀다. 그것도 한꺼번에 세 켤레나. 그런데 며칠 신고 다녔더니 볼이 좁아 발이 아프다. 이미 환불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아까워서 계속 신고 다녔더니 발이 부어오른다. 이런 사례를 ‘매몰비용 오류’ 라고 한다. 할 수 없이 전에 신던 구두를 꺼내 신고 새 구두는 창고에 넣었다. 구두를 팔 수도 없을 테니 한 푼도 되찾을 수 없다. 돈만 까먹은 셈이다. 영화를 보다 재미없다고 중간에 뛰쳐나올 수도 없는 것도 유사한 사례다. 이성교제 물품구입 기업경영 등 우리 일상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 개인의 일상이야 소소하게 손해를 보면 그만이라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얘기가 좀 다르다. 최대 수십조 원씩 투입되는 국책사업들은 한번 예산이 투입되면 사후 관리비용까지 막대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방 국제공항들이 대표적이다. 또 총 22조원이 투입되는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그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 4대강 사업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새만금 사업은 앞날이 불투명하고, 4대강 사업은 녹조 문제로 평가가 엇갈린다. 인천아시아드 경기장,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경기장 등도 논란거리다.

▦ 해외에서는 영국과 프랑스가 합작 투자했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사례가 흔히 언급된다. 1976년 상업비행을 시작한 콩코드 여객기는 프랑스 파리에서 뉴욕까지 3시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항공요금이 너무 비싼데다 소음공해와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것이 문제였다. 투자자들은 투자비용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몰비용이 아까워 투자를 이어 갔다. 총 190억달러가 투입된 끝에 결국 2003년 4월에 운행을 중단했다. 그래서 ‘콩코드의 오류’(Concorde fallacy)라는 오명을 썼다.

▦ 대우조선해양이 문제다. 금융당국이 4조2,000억원의 혈세를 지원한 지 1년 반도 안 됐는데 다시 신규자금과 출자전환 등 7조원 가깝게 지원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지만, ‘더 큰 손해를 피하기 위한 결정’이란다. 당장 도산하면 피해규모가 59조원에 이르고 4만명이 실직한다. 살리면 피해가 26조원(2020년 기준)으로 줄어든다니 황당한 일이다.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하고 수주 전망도 어둡다. 하늘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듯 조선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신세다. ‘대우조선의 오류’라는 또다른 오명이 나올 판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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