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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마잉주 '하나의 중국' 고집 버리고 첫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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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마잉주 '하나의 중국' 고집 버리고 첫 정상회담

입력
2015.1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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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대만 정상 7일 싱가포르서

분단 이후 66년 만에 역사적 만남

사실상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

대만 대선 앞두고 국민당 분열 양상

총선도 ‘反중국’ 야당 압승 전망에

양안 정상회담 정례화 못 박을 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잉주 대만 총통
마잉주 대만 총통

중국과 대만(양안ㆍ兩岸)이 1949년 분단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 회담을 갖는다. 양안의 정상을 마주 앉게 만든 것은 원칙도 명분도 아닌, 정치적인 실리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7일 싱가포르에서 정상 회담을 갖는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대만 중앙통신(CNA)이 전했다. 천이신(陳以信) 대만 총통실 대변인은 3일 밤 “두 정상이 만나 양안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4일 아침 이를 ‘양안 지도자 신분 및 명의로 이뤄지는 면담’으로 규정했다. 장즈쥔(張志軍)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이번 회담은 쟁점은 일단 놔둔 채 상호 존중의 정신을 실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양안 현직 최고 지도자가 66년 만에 악수를 나누는 역사적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양안 관계 발전사에서 이정표의 의미가 있는 큰 사건”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시 주석과 마 총통은 회담에서 상대방을 ‘선생’(先生)으로 부르기로 했다. 중화권에서 ‘선생’은 성인 남성에 대한 존칭이다. 회담 후엔 만찬도 함께 한다. 양안 매체들은 이 회담에 양 정상의 성을 붙여‘시마(習馬)회’란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양안 정상회담은 그 동안 서로 고수해온‘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스스로 훼손한 것이다. 양안은 그 동안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는 셈이 되는 정상 회담은 거부해 왔다. 지금까지 중국을 방문한 대만 지도자는 총통 신분이 아니라 국민당 주석 또는 정치 지도자 신분으로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만났다.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당 대 당 교류인 셈이다.

이랬던 양안이 갑자기 정상 회담에 합의한 것은 대만 대선(총통 선거)과 총선(입법위원 선거)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내년 1월16일 실시되는 대만 대선에선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의 압도적 승리가 점쳐진다.

대만에서는 지나친 친중국 성향을 보여 온 국민당에 대한 반감이 크다. 더구나 국민당은 선거를 코 앞에 두고 훙슈주(洪秀柱) 후보를 주리룬(朱立倫) 주석으로 바꾸는 등 분열 양상까지 보였다. 특히 함께 치러지는 총선도 민진당 등 야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당이 입법회(국회)의 다수당이 못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국민당은 당의 존립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마 총통이 시 주석의 해외 순방 일정에 맞춰 싱가포르까지 가 정상 회담을 갖는 이유다.

시 주석도 반중국 성향의 민진당 집권은 유리할 게 없다. 차이 주석이 총통이 될 경우 양안 관계는 경색될 수밖에 없다. 양안의 통일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을 완성하고 싶은 시 주석으로선 그나마 국민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 양안 정상 회담이란 ‘성과’를 만드는 게 낫다. 그는 양안 정상회담 정례화를 못 박으려 할 수도 있다.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가 된 것도 눈길을 끈다. 싱가포르는 지난 1993년 왕다오한(汪道涵) 해협양안관계협회장과 구전푸(辜振甫)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이 만나 양안 관계의 화해를 도출한 곳이다. 양안은 당시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 아래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이 각자의 해석에 따른 명칭을 사용한다’는 ‘92공동인식’(九二共識)에 합의했다. 지난 3월 숨을 거둔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총리는 당시 협상을 중재했다. ‘92공동인식’은 이후 양안 관계를 규정하는 상징이 돼 왔다. 정상 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택한 것은 양측의 중립적 장소를 찾은 결과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92공동인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대만 유권자와 대만 독립론자들에게 환기시키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 그 동안 ‘92공동인식’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여온 차이 후보에게 분명한 입장을 촉구하는 의미도 없잖다.

역사적인 만남에도 양안 관계의 획기적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양안 정상 회담이 2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대만 대선과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더구나 임기 막바지인 마 총통은 심한 권력누수 현상까지 겪고 있다. 두 사람이 중대한 합의를 내 놔도 실행될 수 없다는 얘기다. 양안 모두 공동성명 등은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한 이유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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