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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0여차례 포럼…한국 매력 알리며 국격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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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0여차례 포럼…한국 매력 알리며 국격 높여”

입력
2017.05.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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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알리기’포럼 300회 일군 최정화 CICI이사장

최정화 이사장은 "최근 대통령탄핵사태를 거치며 한국주재 외교관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다"며 "초기에는 한국 이미지가 나빠졌지만 나중에는 국민들이 초유의 상황에 대처하는 성숙된 모습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최정화 이사장은 "최근 대통령탄핵사태를 거치며 한국주재 외교관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다"며 "초기에는 한국 이미지가 나빠졌지만 나중에는 국민들이 초유의 상황에 대처하는 성숙된 모습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국내 최초 동시통역사 출신으로 ‘대한민국 홍보대사’를 자임하는 최정화(62)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이 최근 ‘한국 알리기’ 포럼 개최300회를 돌파했다. 정부차원에서 해야 할 국가 홍보를 개인이 15년째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CICI는 최 이사장이 2003년 한국의 매력을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해 설립된 법인으로 매년 20여 차례씩 국내외에서 포럼을 열었다. CICI가 그간 펼친 활동은 국내외 오피니언 리더들이 각 국 대사관을 순회하며 여는 포럼, 2011년부터 매년 세계 주요 20개 국의 문화인사를 초청해온 문화소통포럼(CCF), CICI 코리아 이미지상 시상 등 줄줄이 이어진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가홍보를 하게 된 이유는?

“정상회담 등 중요한 국제회의에서 통역으로 일하면서 국격(國格)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OECD 회원국이 되고 GDP 순위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격이라고 하는 것은 그런 경제적 지표나 순위만으로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매력을 민간차원에서 알리는 게 효과적이다.”

-300회에 이르는 한국 알리기 포럼으로 얻은 성과는?

“세계 문화, 예술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 100여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또 국내에 주재한 전∙현직 외국대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이들은 한국 문화 체험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현지에서 한국문화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한류열풍에도 CICI가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세계 주요 20개국의 유력 문화인들이 모이는 문화소통포럼(CCF∙Culture Communication Forum)은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개최 배경은?

“2010년 세계 주요 20개국(G20) 한국 개최에 맞춰 문화계 리더들을 초청해 문화정상회의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때 문화정상회의라는 용어를 처음 썼다. 지금까지 이 포럼에 참석한 인사는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미소니그룹의 비토리오 미소니 회장, 독일 보그너그룹의 빌리 보그너 회장, 도미니크 볼통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장 등 기업인, 예술인, 학자 등 100여명에 이른다.”

CICI의 활동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코리아 한국이미지상 시상이다. 이 상은 매년 한국을 세계에 알리거나 한국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국내외 인사에게 수여된다. 올해 수상자는 국가대표 골프감독 박세리. 지금까지 싸이(2013년, 2016년)를 비롯, 탕웨이(2015년),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2014년), 프랑스 석학 기소르망(2014년),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200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2009년), 피아니스트 조성진(2009년), 가수 비(2008년), 김연아 박태환(2008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2007년), 지휘자 정명훈(2005년) 등이 수상했다.

-이 인사들이 모두 시상식에 참석했나?

“본인이 참석하지 않으면 상이 수여되지 않는다. 초기에 마에스트로 정명훈씨와 이어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받으니 권위가 생긴 것 같다. 2006년에는 ‘청계천’을 선정했는데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시상식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그 뒤 이 시장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또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이자스민은 2012년에 수상했는데 이듬해 국회의원이 됐다. 김연아와 조성진은 수상후 더욱 유명해졌다.(웃음) ”

-국내외 정계, 재계, 문화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크가 넓고 깊다. 어떤 식으로 교류하는지?

“한번 만나면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재미있는 화제를 만들고, 어떤 얘기라도 잘 들어주고 피드백을 한다. 행운의 여신은 앞머리를 휘날리며 다가오고 뒷머리는 민둥산이어서 다가 올 때 꽉 잡아야 한다.”

-CICI 주최 행사에는 대부분의 주한 외국대사들이 참석한다. 보통 70~80개국 대사가 한 자리에 모여 국제 사교장이 되곤 한다. 이들과 가깝게 지내는 비결은?

“외국어 능력은 기본이고 중요한 건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또 독서를 통해 관련된 지식을 미리 쌓아야 한다.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3가지를 생각한다. 새로운 정보를 얻게 해준다(무엇인가 배울 수 있게). 즐거움을 준다(그래야 또 보고 싶어진다). 편하게 해준다.”

최 이사장은 파리 3대학 통번역대학원 석사와 박사를 받은 국제동시통역사(1981년) 출신으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모두 참여한 기이한 경력을 갖고 있으니 이 분야에서는 ‘전설’로 통한다.

-통역시 난감했던 일이나 재미있는 일화는?

“1986년 한불수교 100주년때 전두환 대통령이 파리에 왔는데 미테랑 대통령의 통역으로 내가 뽑혔다. 당시 서른 한 살짜리 애송이가 최고권력자를 만날 때의 긴장과 떨림은 지금도 생생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청와대에서는 한때 나를 북한출신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1993년 청와대를 방문한 시라크 대통령은 식사때 김이 맛있다며 계속 뒤에 앉은 내게 건네줘 통역하랴 김 받아 먹으랴 무척 바빴던 기억도 있다.”

최 이사장은 자신의 모든 경험과 생각들을 책으로 펴냈다. 1986년 출간한 저서 ‘PARLONS COREEN’(불어판) 이후 2016년 ‘K-Style’(영문판)까지 30권의 책을 썼다. 30년간 매년 1권씩 낸 셈이다. ‘외국어를 알면 세계가 좁다’ 등은 1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저서를 낼 수 있었나?

“결혼을 늦은 나이(39세)에 했고, 남편(프랑스인)과 오래 떨어져 살다 보니 아이가 없었다. 대신 매년 아이를 하나씩 낳는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 나는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그 중 어떤 하나의 이야기는 알아서 자라는 것이 보인다. 마당에 씨를 뿌리면 어떤 것은 그냥 죽어도 또 어떤 것에서는 싹이 나고 꽃이 피는 것처럼.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얘기다.”

1988년부터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일한 최 이사장은 2003년 한국여성 최초로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이후 국가이미지개발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그는 “30대에 공천을 받을 뻔했고 이후에도 요직을 제안 받은 적이 있으나 지금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환 선임기자 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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