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프레리들쥐와 산악들쥐는 유전자가 99%나 일치하는데요. 이상하게도 애정생활은 상반된다고 합니다. 초원에 사는 프레리들쥐는 평생을 한 짝만 사랑하며, 둥지에서 육아도 함께 하는 ‘로맨티스트’이지만 산악들쥐 수컷은 교미 후에 다른 암컷과 교미를 하고, 새끼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바람둥이’라고 해요.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모하메드 카비즈 교수팀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짝짓기 이후 프레리 들쥐에게서 산악들쥐보다 많은 양의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발견됐다고 해요. 참고로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은 상대방에 대한 ‘애착’을 유발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어요.
미국 에모리대의 래리 영 박사팀은 2016년에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프레리들쥐 수컷에게는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호르몬을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산악들쥐 수컷에게는 거꾸로 두 호르몬의 양을 늘렸다고 합니다. 그러자 프레리들쥐 수컷은 교미 후 암컷에게 흥미를 잃고 떠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산악들쥐 수컷은 파트너에게 전념하고 새끼를 돌보는 ‘자상한 아빠’가 되었습니다. 프레리들쥐와 산악들쥐의 애정 생활의 차이는 ‘호르몬’ 때문이라고 다시 한번 밝혀진 것이죠. 바람둥이 들쥐도 로맨티스트로 만들다니, 호르몬의 힘은 엄청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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