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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들 배만 불리는 선행학습규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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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들 배만 불리는 선행학습규제법?

입력
2017.06.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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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등 공교육 규제 집중되면서

학원가 선행교육 광고 기승 부려

학벌없는사회, 상반기 64건 적발

별다른 처벌 규정 없어 유명무실

교육당국 시정ㆍ변경 명령이 전부

광주의 한 학원 건물에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학벌없는사회를위한광주시민모임 제공
광주의 한 학원 건물에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학벌없는사회를위한광주시민모임 제공

‘○○중 입학대비 및 중등선행 초6 특설반 모집’, ‘1년이면 중3 실력’….

광주시내 학원가를 둘러보다 보면 ‘선행학습 상품을 판다’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학원 건물 곳곳에 내걸려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학원들의 광고행위는 현행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 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규제법)’상 불법이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선행학습 광고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넘쳐 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는 탓이다.

학벌없는사회를위한광주시민모임(학벌없는사회)는 최근 시내 학원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2017년 상반기 선행학습 광고 및 선전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64건의 선행교육 광고를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2015년 하반기 실태 조사 당시 적발했던 24건보다 2.5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선행학습 광고 중에는 초등학생을 상대로 대학 의ㆍ치예과반을 만들어 영어와 수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는 학원까지 있었다.

이처럼 선행학습 광고가 기승을 부리는 데는 선행학습규제법이 사실상 사문화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교육부는 2014년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 부담을 덜어주겠다”면서 일선 초ㆍ중ㆍ고교는 각 학년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내용을 가르치지 말고, 교육과정 밖의 내용을 시험에 내는 것도 금지하는 법 규정을 만들었다.

특히 학원이나 교습소, 개인과외교습자도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나 선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선행학습 유발 광고 금지조항(제8조)을 포함시키면서 사교육 분야도 법 적용 대상에 집어 넣었다.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도 줄여주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학원 등의 선행학습 광고 행위에 대한 별도 처벌 규정이 없어 선행학습규제법이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선행학습 금지조항을 어긴 학원에게 내릴 수 있는 제재 방법은 ‘교육부장관이나 교육감이 시정이나 변경 명령을 내릴 수 있다(제14조)’는 게 전부다.

그나마 교육당국은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뒷짐을 지고 있기 일쑤다. 이 때문에 교육계 일각에선 “선행학습규제법 시행으로 공교육이 집중 규제를 받으면서 오히려 학원들은 배만 불리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학벌없는사회 관계자는 “교육당국이 학원들의 선행학습 금지에 대한 지도ㆍ감독마저도 느슨하게 해 선행학습규제법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며 “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학원에서도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안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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