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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김, 부모님 고국서 ‘스노보드 여제’ 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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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김, 부모님 고국서 ‘스노보드 여제’ 대관식

입력
2018.02.13 19: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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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기량으로 98.25점

비장의 ‘백투백 1080’ 기술 선봬

3차런 직전 트위터에 “hangry”

'배고파 화난다’ 강철멘탈 화제

3일 강원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클로이 김이 공중 연기를 펼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3일 강원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클로이 김이 공중 연기를 펼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출발대에 선 소녀는 심호흡을 한 뒤 경기장을 내려다 보았다. 이미 금메달이 확정된 상황, 홀가분한 마지막 3차런이다. 가족 얼굴이 떠올랐다. 나를 위해 자신의 직업을 포기해가며 희생한 아빠와, 누구보다 사랑해준 할머니가 저 슬로프 아래에서 지켜보고 계신다.

눈을 박차고 나간 보드는 그 어느 때보다 경쾌했다. 점프는 더 높았고, 회전은 더 유연했다.

세계 정상 등극을 자축하는 ‘골드런’ 이었다. ‘스노보드 천재’ 클로이 김(17)이 누군지 보란 듯 묘기가 펼쳐졌다. 그간 꽁꽁 숨겨놨던 비장의 무기 ‘백투백 1080’(공중 3회전 뒤 반대편 경사에서 곧바로 공중 3회전 기술)도 꺼내 들었다. 98.25점. 완벽 그 자체였다.

말 그대로 ‘언터처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기량이었다.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이 부모님의 나라에서 출전한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클로이 김은 13일 평창 휘닉스스노파크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최종 점수 98.25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이 종목에서 ‘전설’로 불리는 켈리 클라크(35ㆍ미국)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세운 최연소 금메달 기록(18세 6개월)도 17세 10개월로 갈아치웠다. 올림픽 설상 종목을 통틀어 최연소 우승 기록이다.

그는 결선 1차 시기에서 93.75점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3차 시기에서도 다른 선수들은 클로이 김 보다 앞선 기술을 선보이지 못했고 금메달은 클로이 김에게 향했다. 2위 류지아위(89.75점)와도 큰 격차를 보였다. 2차 시기(41.25점)에서 한 차례 넘어진 것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평소엔 떡볶이와 아이돌 슈퍼주니어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지만, 스노보드에 관한 한 ‘세계 정상급 프로’다. 그는 전날 눈이 온 것을 지적하며 “새 눈이 깔리면 보드의 속도가 줄어드는데 이를 짧은 순간에 잘 계산해 대처한 것 같다”며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13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금메달을 딴 재미교포 클로이 김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자 어머니 윤보란씨가 닦아주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13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금메달을 딴 재미교포 클로이 김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자 어머니 윤보란씨가 닦아주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그는 결선을 치르는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도 SNS에 글을 남길 정도로 ‘강철 멘탈’을 가졌다. 마지막 3차 결선 직전 자신의 트위터에 ‘아침에 샌드위치를 다 안 먹은 게 후회된다. 이제야 배가 고파 화가 난다(hangry)’고 남길 정도다. ‘행그리(hangry)’는 ‘헝그리(hungry)’와 ‘앵그리(angry)’를 더한 신조어로, 배고파 화가 난 상태를 뜻한다. 클로이 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햄버거든, 피자든, 지금은 뭐든지 먹고 싶다”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이끌었다.

항상 당당한 클로이 김이지만 금메달 확정 직후 기념품 수여식에서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는 “스노보드를 시작했을 때부터 꿈꾸던 올림픽을 4년 더 기다려야 했다”면서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많이 긴장했지만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4년 전 소치올림픽에는 나이 제한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클로이 김은 가족의 사랑과 응원에 감사했다. “아빠를 생각하면 눈물이 고인다”는 그는 “(금메달 확정 뒤 뛴) 마지막 골드런은 할머니에게 바치는 질주였다”고 말했다.

평창=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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