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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평창의 눈물

입력
2018.02.23 14:4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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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발 드라마에 연일 눈가가 뜨겁다. 각고의 땀과 노력을 한순간에 쏟아 내야 하는 선수들의 애환을 모두 헤아리긴 어렵지만 이들이 흘리는 눈물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올림픽 3연패에 아쉽게 실패한 뒤 하염없이 눈물을 쏟은 이상화 선수, 예선을 전패로 마감한 뒤에도 서로를 부둥켜 안고 석별의 정을 나눈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쇼트트랙 결승 계주에서 넘어진 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빙판 위에 주저앉은 임효준 선수…. 올림픽이 주는 의미는 각자에게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들의 정직한 투혼만큼은 하나일 것이다. 모두에게 가슴으로부터 박수를 보낸다.

▦ 평창올림픽에 눈물이 하나 더 보태졌다. 북한의 눈물이다. 올해 90세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 중에 세 번이나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쳐 냈다. 서현이 북한 가수와 손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를 때는 얼굴까지 붉어졌다. 개막식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할 때도, 환송 만찬에서도 눈물을 보였다. 삼지연 공연 때 항상 왼쪽 눈부터 눈물을 닦은 것에 주목한 언론보도가 실소를 자아냈지만, 그만큼 북한의 눈물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뜻이다.

▦ 북한의 눈물을 보는 우리 감정은 복잡하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북한 여성 응원단은 김정일 현수막이 비에 젖자 “태양처럼 모셔야 할 장군님의 사진이 비에 젖는다”며 달리는 버스를 멈춘 뒤 현수막으로 달려가 눈물을 펑펑 흘렸다. 김정은은 지난해 1월 신년사에서 “능력이 따라 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하면서 “올해에는 더욱 분발해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갈 결심을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인민 생활과는 동떨어진 미사일을 다음달부터 쏴댔고 9월에는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 눈물이 마음을 움직이는 건 감정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생리적 이유뿐 아니라 정서적 이유로도 체액이 나오는 것은 사람 몸에서 눈물이 유일하다. 탈무드에는 “천국의 문은 기도에는 닫혀 있더라도 눈물에는 열려 있다”는 구절이 있다.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은 “눈물 속에 신성함이 들어 있다. 눈물은 만 개의 혀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를 악용한 악어의 눈물도 심심찮게 본다. 김영남의 눈물이 그저 흔하게 보는 정치인의 위선이 아니기를 바란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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