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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소설가 조정래 이야기

입력
2016.09.0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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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소설은 1,000만부가 넘게 팔렸고 한국의 명예로운 문학상을 다수 수상했다. 73세인 그는 다작하는 작가로 유명하며 많은 장편 소설집을 발표했다. 특히 한국 근현대사의 불안정하고 비극적인 모습에 집중한 총 3편의 대하 역사소설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첫 번째는 ‘태백산맥’인데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1945년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1950년까지의 5년의 세월을 배경으로 한다. ‘아리랑’은 일본 식민지 시대인 1910년과 1945년 사이의 서로 연결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장 최근 작품인 ‘한강’ 또한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이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은 모두 한 시리즈당 10권이 넘는다. 그러나 이런 풍성한 양의 작품과 한국에서의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영어권 독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단편 소설 ‘사람의 탈’과 ‘유형의 땅’, 단 이 두 작품만이 영어로 번역되었을 뿐이다. 두 작품은 짧지만 아주 훌륭한 작품들이고 외국인 독자들이 한국 근현대사의 여러 가지 측면들을 흥미로운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유형의 땅’은 영어로 여러 번 출간 되었다. 내가 읽은 영어판은 번역가 천경자 씨의 번역으로 지문당에서 출간된 것이다. 이 작품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전국 공사판에서 막일하는 일용직 노동자 만석의 일생을 이야기한다. 만석의 말년에서부터 시작되어 그가 비극적인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는 폭력적이고 잔인하며 그의 과거는 지나칠 만큼 어둡고 피투성이이다. 가난한 소작농 가족의 자식으로 태어난 만석은 지주인 최씨 가족의 그림자 뒤에서 자랐다. 늘 부유한 최씨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그의 부모는 최씨 가족에게 착취당했다. 작가는 소설에서 만석이라는 인물이 어렸을 때부터 그의 사회적 계급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였음을 보여준다. 또한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려 한 최씨 아이들을 때리는 장면으로 독자들에게 만석이 사회적 위계질서에 반하여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도 암시한다. 한국전쟁이 시작되자 만석은 이를 기회로 삼아 최씨 가족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우고 그들을 잔인하게 살해한다. 또한 그는 아내의 외도를 발견하고 아내와 상대 남자를 죽인다. 그는 고향을 떠나 도망갈 수밖에 없었고 남은 삶 동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가난 속에서 살았다. 독자에게 만석의 과거가 하나씩 천천히 드러나도록 한 소설의 구조는 굉장히 훌륭하다. 조정래 작가는 만석의 짐승과 같은 면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독자들이 측은함을 느끼도록 이야기를 전개했다.

‘사람의 탈’은 브루스와 주 찬 풀턴이 영어로 번역했는데 이 소설 또한 가난 속에서 태어나 주변 사람들에게 착취당하는 한 남자의 삶을 다룬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주인공은 신길만이라고 불리는 젊은 남자이다. 그는 일본군이 그의 가족을 위협하여 강제 징집되었고 만주에서 러시아군대와 싸운다. 패배가 가까워져 오자 일본인 지휘관은 그에게 자살하라고 하지만 그는 일본군을 위해 죽을 마음이 없었기에 도망친다. 그러나 다른 한국인 군인들과 함께 소련군에게 잡히고 일본으로 돌아가거나 러시아군인들과 함께 싸우는 것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그는 결국 러시아군대를 선택하고 1942년 독일군에 맞서 모스크바를 방어하게 되었다. 모스크바에서의 전투 이후 그는 독일군에게 잡히고 다시 한 번 또 다른 군대에 속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이러한 단편 소설들을 포함한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외국인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며, 한국인들을 형성하고 있는 역사적인 영향들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조정래 작가의 더 많은 작품이 번역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배리 웰시 서울북앤컬쳐클럽 주최자ㆍ동국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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