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문선 기자

등록 : 2017.11.01 04:40

[최문선의 욜로 라이프] 와인이 두려운 당신을 위한 알쓸신잡

와인 즐기는 비법...'힘빼기'

등록 : 2017.11.01 04:40

#1

잔 돌려 향 끌어올리는 ‘스월링’

격하게 돌리면 매너 없어 보여

3, 4번 가볍게 돌리면 충분

숨도 크게 마시면 후각만 무뎌져

#2

묵힐수록 맛있는 와인은 소수

대부분 1년 안에 마셔야 제맛

미국 와인 전문가 케빈 즈랠리가 추천한 와인 맛보는 법. 색을 보고, 잔을 흔들고, 향을 세 번 맡은 뒤 한 모금 마신다. 3~5초 입에 머금고 있다 삼킨다. 향과 맛을 천천히 음미한다. 뒷맛을 느낄 때까지 1~3분 기다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와인 앞에서 우리는 작아진다. “와인을 입에 넣는 것은 인간의 역사라는 강물을 한 방울 맛보는 것과 같다”(미국 작가 클리프턴 패디먼) 같은 문장을 읽으면 더 작아진다.

살면서 부끄러워지는 순간은 차고 넘친다. 와인을 마시면서까지 그럴 필요 있을까. 와인은 발효된 포도주스일 뿐인데.

비티스 비니페라(제일 흔하게 쓰는 와인 주조용 포도 품종) 코달리(와인을 마시고 여운이 지속되는 시간 단위) 필록세라(포도나무에 기생하는 해충) 샹브레(와인 온도를 실내에 맞추는 작업) 같은 어렵고 실속 없는 용어는 일단 빼 두자. 올가을 와인을 ‘무심한 듯 시크하게’ 즐기는 데 필요한 초보자용 팁을 모았다.

즐겁게 마시려면

Q. 와인을 잔에 따르고 얼마나 돌려야 하나.

A. 와인 잔을 가볍게 돌려 향을 끌어올리는 것을 스월링(Swirling)이라 한다. 3, 4번이면 된다. 오래, 격하게 돌리는 건 비매너다. 오래된 와인, 최고급 와인은 스월링 하면 지칠 수 있다. 잔을 기울여 향을 맡는 것으로 충분하다. 와인 향을 맡을 때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후각이 일시적으로 마비될 수 있으니 가볍게.

Q. 눈물을 흘려야 좋은 와인이라는데.

A. 스월링 할 때 와인이 잔 안쪽 표면에 점액처럼 맺혀 천천히 흘러내리는 것을 와인의 눈물 또는 아치, 다리라 부른다. 마랑고니(Marangoni)라고도 한다. 알코올 도수와 당도, 밀도가 높은 와인일수록 눈물이 천천히 흐른다. 눈물이 흘러야 좋은 와인인 것은 아니다. 기름기가 제대로 씻기지 않은 더러운 잔에 눈물이 많이 맺히기도 한다.

Q. 디캔팅, 꼭 해야 하나.

A. 병에 갇혀 잠든 와인을 깨우는 것이 디캔팅(Decanting)이다. 와인을 디캔터에 옮겨 담으면서 공기 중의 산소와 접촉시켜 맛을 열고 잡내를 날린다. 코르크 찌꺼기와 침전물도 거른다(침전물은 인체에 무해하다). 화이트 와인, 오래된 와인, 샴페인, 가벼운 레드 와인은 디캔팅 하지 않는다. 매우 어리고 강한 풀바디 와인은 마시기 3시간 전에 디캔팅 한다. 어린 와인은 목이 넓은 디캔터를, 오래된 와인은 목이 좁은 디캔터를 쓴다.

Q. 와인이 제일 맛있는 온도는.

A. 온도가 높을수록 향은 풍부해지고, 산도와 타닌은 감소한다. 스파클링 와인은 6~8도, 화이트 와인은 8~13도, 레드 와인은 14~18도가 좋다. 20도가 넘으면 어떤 와인도 맛 없다. 와인을 잔에 따르고 15분이 지나면 평균 4도가 올라간다. 와인을 빨리 차갑게 하려면 큰 통에 찬물과 얼음, 소금 한 움큼을 넣고 와인병을 넣어 두자.

Q. ‘레드 와인엔 고기, 화이트 와인엔 생선’은 진리인가.

A.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 기름진 소스를 곁들인 고기와 화이트 와인, 생선과 가벼운 레드 와인은 꽤 괜찮다. 타닌이 강한 레드 와인과 해산물, 달지 않은 화이트 와인과 디저트, 달콤한 와인과 요리는 피하자. 와인은 식초와 상극이다. 맵고 짠 한식과 조합도 어렵다.

Q. 와인과 치즈의 궁합은.

A. 소프트 치즈는 화이트ㆍ스파클링 와인, 하드 치즈는 레드 와인, 향이 센 치즈는 달콤한 와인, 짭잘한 치즈는 신맛 와인과 어울린다. 화이트 와인은 향이 강한 종류를 제외한 모든 치즈에 무난하게 맞는다.

미국 텍사스 그레이프바인 와이너리의 와인창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맛있게 보관하려면

Q. 와인을 오래 묵힐수록 맛이 좋아지나.

A. 시중 와인의 90% 이상은 1년 안에 마시는 게 좋다. 5년 이상 숙성시켜야 제 맛이 나는 와인은 극소수다. 나머지는 숙성되면서 맛과 향이 떨어진다. 가벼운 화이트 와인은 포도 수확 후 1, 2년, 가벼운 레드 와인은 2, 3년, 무거운 화이트 와인은 3~5년, 무거운 레드 와인은 3~7년 안에 최상의 맛을 낸다.

Q. 와인을 잘 보관하려면.

A. 어두운 곳에 병을 눕혀 두자. 특히 코르크 마개 와인은 세워 두면 코르크가 마르면서 산화된다. 몇 년 보관할 거라면 섭씨 6~18도, 수십년이라면 11~14도를 유지해야 한다. 와인이 자꾸 출렁거리면 향이 변하니 세탁기 근처는 피하자.

Q. 와인 셀러, 사야 하나.

A. 그다지 비싸지 않은 와인을 가끔 즐기는 정도라면 필요 없다. 셀러를 사면 와인을 자꾸 쟁이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Q. 마시다 남은 와인은 어떻게 보관하나.

A. 코르크로 막아 냉장고에 넣거나 실온에 뒀다 2, 3일 안에 마신다. 대부분 와인은 개봉 후 48시간 정도는 풍미가 어느 정도 유지된다. 요리용으로 쓰거나 과일, 꿀, 계피 등을 넣고 끓여 뱅쇼를 만들어도 된다. 와인을 남기지 않는 게 최선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테미큘라 마을의 와이너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품위 있게 마시려면

Q. 와인을 여러 병 마실 때 순서는.

A.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필름이 끊기고 혀가 무뎌지기 전에’ 좋은 와인을 마시면 후회할 일이 없다.

Q. 따라주는 와인을 두 손으로 받아야 하나.

A. 잔을 들면 와인을 따르는 사람이 병을 더 높이 들어야 해 힘들다. 굳이 예의를 차리고 싶다면 한쪽 손 끝을 잔 받침에 살짝 올려 둔다.

Q. 잔의 어디를 잡고 마셔야 하나.

A. 편한 곳. 와인을 내내 들고 있어야 하는 스탠딩 파티가 아니라면, 체온 때문에 와인이 맛 없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Q. 와인을 따라 줄 때 적당한 양은.

A. 잔의 3분의 1까지만 채워야 와인이 숨을 쉬며 향을 충분히 발산한다.

Q. 첨잔해도 되나?

A. ‘조상님 술잔이나 첨잔하는 것’이라는 말이 와인엔 적용되지 않는다. 와인을 잔에 소량 남겨 두거나, 더 따라 주려 할 때 손가락을 잔에 살짝 대는 건 그만 마시겠다는 신호다.

Q.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와인을 진짜 물러도 되나.

A. 상한 와인만. 맛 없다고 무를 순 없다.

Q. 옷에 레드 와인을 흘렸다면.

A. 냅킨으로 바로 빨아들이고 화이트 와인을 적시면 어느 정도 지워진다.

술을 두 손으로 받는 게 한국식 예의. 와인은 예외다. 굳이 예의를 차리고 싶다면, 잔에 손을 살짝 대는 것으로 충분하다. 길벗 제공

똑똑하게 고르려면

Q. 비쌀수록 맛있나.

A. 당연히 그렇진 않다. 2008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연구에서 가격표만 다르게 붙인 같은 와인을 사람들에게 마시게 하면서 뇌를 촬영했다. 모두 비싼 와인이 맛있다고 답했다. 가격과 쾌락은 그렇게 미묘한 관계다.

Q. 천연 코르크 대신 돌려 따는 스크루캡이나 합성 코르크를 쓴 와인은 싸구려인가.

A. 5년 이상 숙성해 마실 와인이 아니면 천연 코르크는 필수가 아니다. 보관 환경이 나쁘면 스크루캡이 나을 수 있다. 불량 코르크 때문에 와인이 상하기도 한다(코르키드 와인ㆍ부쇼네라 부른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선 고급 와인에도 스크루캡을 쓰는 추세다.

Q. 와인 라벨 읽을 때 주의할 점은.

A. ‘Grand vin de Bordeaus(훌륭한 보르도 와인),’ ‘Vieilli en fûts de chêne(오크통에서 숙성)’ 같은 무의미한 수식어에 속지 말자. 라벨이 직사광선에 바랬거나 와인에 물들었다면 상한 와인일 가능성이 크다.

Q. 국가별 와인 고르는 요령은.

A. 와인메이커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미국, 칠레, 호주 와인이 향이 풍부하고 맛이 쉬워 손님 대접에 좋다.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 이탈리아 모스카토, 독일 리슬링 품종은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화이트 와인은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 가격 대비 품질을 따진다면 칠레 레드 와인이 안전하다.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에는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의 도전정신이 깃들어 있다. 샤토 무통 로칠드와 로버트 몬다비가 힘을 합쳐 최고급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한 오퍼스원 와이너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얘깃거리가 필요할 때, 와인 ‘알쓸신잡’

▦와인 한 병의 평균 86%는 물이고, 포도알 600~800개가 들어있다.

▦와인엔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없다.

▦인류가 와인을 언제부터 마셨는지는 불명확하다. 와인 주조용 포도나무를 재배한 건 최소 8,000년 전이다.

▦와인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건 기원전 1,700년경 작성된 함무라비 법전이다. ‘와인에 물을 섞지 말라’ ‘술주정하는 자에게 와인을 팔지 말라’는 조항이 있다.

▦포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이다.

▦와인에 아황산염이 들어 있다고 라벨에 표기하는 건 천식 있는 사람에게 문제 될 수 있어서다.

▦적포도 껍질을 벗기면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와인 색은 포도 껍질에서 나온다. 프랑스 샹파뉴, 캘리포니아 진판델은 적도포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샤토 마고 와인을 사랑해 손녀 이름을 마고 헤밍웨이로 지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이기태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이사ㆍ이준행 웨스틴조선 소믈리에 도움말, 와인 바이블(케빈 즈랠리 지음 ㆍ한스미디어) 와인 상식사전(이기태 지음ㆍ길벗) 와인은 어렵지 않아(오펠리 네만 지음ㆍ그린쿡)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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