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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휴” 대출사기에 은행들 엇갈린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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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휴” 대출사기에 은행들 엇갈린 희비

입력
2016.04.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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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ㆍ농협, 모뉴엘ㆍKT ENS사건 이어 또 당해

“서민금융 방점 기업대출 역량 약해” 지적

신한ㆍ우리는 부실대출 걸러내… 일각 “얄미울 정도”

1,160억원대 은행대출 비리가 발생한 디지텍시스템스 사건의 전모가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면서 사건에 연루된 은행들의 부실한 대출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은 유사한 대출 사기 사건마다 이름을 올리고 있어 은행별 리스크 관리의 역량 차이가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텍시스템스 대출 사기 사건에 연루된 은행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KB국민은행과 NH농협 같은 시중은행으로 나뉜다. 디지텍시스템스는 2012년 말부터 2013년 말까지 1년 간 기업사냥꾼과 금융브로커가 짜고 은행을 속여 거액의 대출을 타낸 사건이다. 특히 이중 국민은행과 농협은 비슷한 유형의 대출 사기 사건마다 단골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앞서 6,800억원의 대출 사기가 벌어진 모뉴엘 사건과 3,000억원 규모의 대출 사기 사건인 KT ENS 사건까지 대형 사건 3건에 모두 연루됐고, 농협은 KT ENS 사건에 얽혔다. 모뉴엘과 KT ENS 사건 모두에 연루됐던 KEB하나은행은 이번에는 제외돼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출 사기 사건의 피해 은행은 부실한 대출 심사와 사후관리로 고객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똑같이 대출 의뢰를 받았던 다른 은행들은 내부통제시스템을 작동해 대출을 거절하거나, 사후 관리 과정에서 부실 대출을 걸러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대표적이다. 두 은행은 모뉴엘과 디지텍시스템스 사건에선 대출을 해줬다가 부실의 징후를 포착해 조기에 대출을 회수했고, KT ENS에는 아예 처음부터 대출을 거절했다.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정형화된 여신심사 양식과 사후관리 체계를 비슷하게 갖춘 시중은행들 간에 이런 실력 차이가 생기는 건 왜일까. 결국 조직의 태생과 리스크 관리 문화가 성패를 갈랐다는 것이 금융권 시각이다. 금융당국 핵심 관계자는 “은행 중 기업대출 규모 1, 2위를 다투는 우리은행은 과거부터 기업 대출로 커온 은행이라 다른 은행들보다 여신 심사 노하우가 우수하고, 신한은행도 과거 기업 대출 비중이 컸던 조흥은행을 합병해 나름의 대출 관리 노하우를 갖췄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몇 년 새 기업대출 비중을 크게 늘렸지만 과거엔 주로 서민 금융에 방점을 찍어온 국민ㆍ농협ㆍ하나은행 등은 기업대출 역량이 비교적 약하다고 이 관계자는 분석했다.

특히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출 비리 관련 사건에 단골로 이름을 올렸던 우리은행의 변신이 눈길을 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최근 매각을 앞두고 부실을 털어내 ‘몸값’을 올려야 하는 입장이라 건전성 관리에 유독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얄미울 정도”라는 볼 멘 소리가 나올 정도로 리스크 관리가 철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런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대출 받는 기업 입장에서 반가울 수만은 없다. 정말 문제가 있는 기업뿐 아니라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우량 기업의 대출금까지 회수할 수 있어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신한은행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역시 2010년 전체 대출의 54.5%에 달했던 기업 대출 비중을 2014년 47.9%까지 낮추고 있어 기업들 사이에서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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