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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의 인생 산 독서광 "지하철은 최고의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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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의 인생 산 독서광 "지하철은 최고의 북카페"

입력
2015.07.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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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큰 격랑 겪은 윤석윤씨

"55세 때 고전 100권 읽은 후 생활 달라지며 삶의 황금기로"

전철에서만 한 해 40여권 완독 "책 안 읽는 사회 안타까워요"

지하철이 최고의 도서관이라는 윤석윤(58)씨가 지난 5일 자택인 경기 군포에서 서울로 가던 지하철 1호선에서 터키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의 소설 '하얀 성'을 읽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지하철이 최고의 도서관이라는 윤석윤(58)씨가 지난 5일 자택인 경기 군포에서 서울로 가던 지하철 1호선에서 터키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의 소설 '하얀 성'을 읽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책을 읽어서 인생이 바뀐 사람.”

지하철에서 읽을 책 2권을 늘 가방에 넣고 다니는 윤석윤(58)씨를 두고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눈이 침침해 글자에 초점을 맞추기 어렵고, 은퇴한 친구들은 등산을 다니는 나이에 그는 대학, 도서관에서 강연을 하고, 독서토론 모임을 이끄는 삶을 살고 있다. 윤씨는 2011년부터 독서공동체인 숭례문학당에서 읽고, 쓰고, 토론해왔다. 그는 “좋아하고 즐거운 일을 해서 그런지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든다.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했다.

그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는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인생에 세 번의 격랑이 있었다고 했다. 20대 때는 태평양 참치어선과 대서양 트롤어선에서 5년간 엔지니어 생활을 했는데 지금도 배에서 도망치는 꿈을 꾸다 깰 정도로 지옥 같았다. 40대에는 근무하던 수산회사가 부도가 났다. 회사 임원으로 은행대출에 연대보증을 한 탓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집을 팔아 친구 사업에 투자했다가 사기도 당했다. 3년 두문불출하던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55세 때다. 글쓰기 과정에 등록하고, 고전 100권 읽기 모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친한 선배 권유라 마지 못해서였다. 윤씨는 “부침이 많은 내 인생 자체가 소설이라, 소설은 시시해서 읽지 않았었다”며 “진통제를 달고 살면서 마음의 방황을 겪던 때라 뭔가에 몰입하고 싶었는데 그게 책이 됐다”고 했다. 10명이 함께 시작했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그를 포함해 둘뿐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조지 오웰의 ‘1984’,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등 100권을 6개월 간 숙제 하듯이 읽었다. 다 읽고 나니 정말 변화가 찾아왔다. 인생이 달라졌다. ‘이젠, 함께 읽기다’라는 책의 공저자가 됐다. 가족에 대한 글쓰기를 하면서 조부의 친일 행적에 대해 처음 알게 됐고 민족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 사과 글을 올리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한 달에 10권을 목표로 매일 2~3시간씩 책을 읽는다. 윤씨에게 최고의 독서 공간은 지하철이다. 경기 군포시 자택에서 서울 남대문로 숭례문학당까지 주당 이틀 지하철 왕복 2시간 동안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지난 1년간 지하철에서 40권 정도 완독했다고 한다. 종이책뿐 아니라 문명의 이기도 적절히 이용한다. 팟캐스트나 유튜브로 동양고전과 역사강의를 듣는 것도 독서의 연장선이다.

지하철 독서 예찬론자가 보는 지하철 풍경은 안쓰럽다. “최고의 도서관은 지하철이에요. 도서관에서 읽으면 졸리기도 하는데, 이상하게 지하철에서는 집중이 잘 되거든요. 그런데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이 너무 없어요. 왜 그럴까요.” 책을 읽는 성인 10명 중 1명만 독서공간으로 출퇴근ㆍ이동 시 차 안(2013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이라고 답했다. 실제 지하철, 버스를 보면 이마저도 허수가 적지 않아 보인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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