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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밴 비밀주의… 광주시, 현대차 투자협상 불신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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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밴 비밀주의… 광주시, 현대차 투자협상 불신 자초

입력
2018.08.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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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내용 공개 요구 번번이 묵살

보안각서 받고 일부 공개 의혹도

광주시의회 등 소통 창구 막히고

‘패싱’ 당한 노동계 “광주형 일자리

실현 위한 노사정 참여 안해” 반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사안에 대해 노동계와 경제계(사용자), 광주시의회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두루 구하고 협의한 뒤 실무협상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9일 오전 광주지역의 한 노동계 인사는 현대자동차 위탁 조립공장(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현대차와 투자협상을 하고 있는 광주시를 향해 새된 목소리를 냈다. 시가 보안을 이유로 ‘깜깜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그는 “새 공장에 적용될 ‘광주형 일자리’는 사회적 합의를 대전제로 하는 만큼 광주시가 각계의 목소리를 듣고 현대차와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 현실은 정반대다. 실제 현대차와 협상 중인 광주시의 행정 전반엔 ‘비밀주의’가 깔려 있다. 시가 출연금(590억원)을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주고 이를 새 공장에 지분으로 투자하게 하는, 이른바 우회투자에 대한 법률 검토 의견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시는 최근 법무법인 세종으로부터 우회투자가 가능하다는 검토 의견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꽁꽁 숨기고 있다. 광주시의원이 공개를 요구해도, 시는 “열람만 가능하다”는 식이다. 특히 시는 “기사를 쓰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문제의 법률 검토 의견서를 보여주겠다”는 뻔뻔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민선 6기 때인 지난해 11월 당시 윤장현 광주시장이 “현대차 투자유치 업무를 전담하라”며 만든 비선조직인 ‘자동차 특임단’(본보 3월 27일자 14면)은 이런 비밀주의의 결정판이었다. 당시 시는 직제에도 없는 이 민관합동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조직활동 사항 등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보안서약서까지 받아냈다. 일각에선 “이 때부터 광주시 투자협상단의 비밀주의가 몸에 밴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이렇다 보니 소통의 창구도 꽉 막혀 있다. 시가 그간 현대차 투자유치 추진 상황 등에 대해 광주시의회에 보고한 건 딱 한 차례였다. 그것도 민선 7기 출범 이후 한 달 만인 지난달 말 광주시의원이 현대차와의 협상과 관련한 참고자료를 요구하자 해당 요구자료는 내놓지 않고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간담회 자리를 만들어 A4 용지 6장짜리 추진 상황 문건을 내놓은 게 전부다. 물론 이 문건에 담긴 내용들도 알맹이는 없었다.

노동계에 대해선 시가 불통(不通)을 넘어 ‘패싱’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4년간 광주형 일자리 모델 실현을 위한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해 왔던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시가 현대차와 협상 과정에서 노동계를 철저히 배제하고 노동계의 협상 내용 공개 요구까지 묵살하고 있다”며 노사민정 참여를 중단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시가 얼마 전 노동계만 쏙 뺀 채 광주경영자총협회와 광주발전연구원 등의 관계자들만 불러 보안각서를 받은 뒤 현대차 협상 내용을 공개했다”며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짓이냐”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한국노총은 “현재 광주시가 현대차와 협상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광주형 일자리를 구현하겠다는 게 아니라 기업 비위 맞추기를 통한 단순 투자유치에 불과하다”며 비난했다. 시의 투명하지 못한 투자협상이 결국 불신만 키운 꼴이다.

이 와중에 납득할 수 없는 것은 광주시의 투자협상 내용 비공개 이유다. 시는 입만 열면 “현대차와의 투자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지금껏 무엇을 협상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공개한 적도 없다는 점에 비춰보면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럴수록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상 전략을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석호 광주시의원은 “광주시가 지금이라도 노사민정 대타협의 정신에 맞게 현대차와의 협상 성격뿐만 아니라 협상이 광주형 일자리 실현에 적절한지 여부, 구체적 투자 방식, 다른 법률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협의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시의회가 협상 전체 과정 등을 적극적으로 견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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