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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 조직 IS, 서방의 무기지원·언론 보도를 먹고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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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 조직 IS, 서방의 무기지원·언론 보도를 먹고 자랐다

입력
2015.07.0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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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모체는 유일신과 성전단체

"IS·알카에다는 反이슬람 테러단체"

중동 평화 한가닥 희망은

美-이란 핵협상 마무리 되면

시리아 내전·IS 격퇴 실마리 찾아야

이슬람국가(IS) 대원이 어린 IS 대원들을 이끌고 기도를 올리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슬람국가(IS) 대원이 어린 IS 대원들을 이끌고 기도를 올리고 있다. 트위터 캡처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시를 강타한 2001년 9ㆍ11테러 이후 지구촌은 알카에다 관련 테러소식을 접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 6월부터는 무고한 시민들을 납치해 참수하거나 인류문화유산을 제멋대로 파괴하는 또 다른 극단적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가 세상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알카에다가 슬그머니 퇴장하고 그 자리에 이라크 수니파 반군세력이 주축이 된 IS가 들어선 것이다. 그렇다면, IS의 실체와 중동에서 기승을 부리는 테러의 원인은 무엇이고, 테러조직들은 왜 한결같이 ‘이슬람’이란 종교적 이념을 앞세우는가?

IS는 내전과 분열이 계속되는 중동의 혼란의 틈새에서 정치적 소외계층과 급진적 이슬람 이념집단, 사담 후세인의 처형으로 궁지에 몰린 이라크 군경조직, 미국의 공격으로 희생당한 민간인 가족들의 저항감이 뭉치고 중동 특유의 복수문화가 결합되면서 배태됐다.

IS는 2004년 김선일씨 살해를 포함해 수많은 인질납치로 악명을 떨쳤던 아부 마사브 알자르카위의 ‘유일신과 성전 단체’가 모체이고, 그 후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AQI)로 공식 출범했다. 2006년부터는 ‘무자히딘 최고의회(MSM)’로 통합되었고, 시아파 정권의 수니파에 대한 박해와 차별이 심해지자 이라크 이슬람국가(ISI), 이라크와 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로 이름을 바꾸면서 테러활동을 조직화해 왔다.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되자 ISIS는 시리아 반군 연합의 주축으로 참여하게 된다. 시리아의 독재자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미국과 유럽, 터키와 아랍왕정국가들의 전폭적인 경제원조와 첨단 무기 제공의 최대 수혜자가 되면서 조직이 급성장할 수 있었다. 노선투쟁으로 시리아 반군전선에서 이탈한 후 작년 6월 이슬람국가를 선포하며 국가체제를 갖춘 테러활동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IS는 은행탈취와 석유밀매 등으로 현재 수십억달러의 재원을 확보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테러단체가 되었다. 이 돈으로 이슬람 분쟁지역에서 가족을 잃은 복수심에 불타는 젊은 용병들을 사들였으며, 이라크 감옥을 접수해 죄수들을 조직원으로 흡수했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IS가 알하야트 미디어센터 등을 설립해 첨단 디지털 기법과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면서 유럽 내의 소외된 젊은 이슬람 청소년 3,000여명을 불러들여 ‘살인도구’와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또 그들의 잔혹성을 실시간 주요 뉴스로 내보내 이들 의 이름을 알린 일부 서방언론의 악영향이 지대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보잘 것 없는 테러단체를 일약 세계적인 유명조직으로 발돋움 시켜준 것이 바로 서방의 무기지원과 언론매체였던 셈이다.

알카에다나 IS에 대한 이슬람세계의 지지는 미미한 상태다. 리비아 이란 같은 반미국가는 물론 지하드 하마스 헤즈볼라 같은 과격 이슬람단체들은 한결같이 미국에 대한 알카에다의 9.11 테러 행위를 비난했었다. 아무리 서구세계가 정의롭지 못하다 하더라도 민간인을 담보로 한 테러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고 반종교적 비겁행위라는 것이다. 이슬람권의 유엔이라 할 수 있는 세계이슬람협력기구(OIC)도 알카에다와 IS를 반이슬람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고, 이슬람 언론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IS반대 의견은 거의 99%에 달한다.

그럼에도 극단주의자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전쟁과 내란으로 중앙 권력이 와해되고 경제적 이권 배분 시스템도 왜곡되면서 독재정권 시절조차 보장됐던 생계유지와 중동 사회 전통 질서가 무너지면서 생겨난 가치와 치안의 공백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중동에 널리 퍼져있는 무고한 전쟁 희생자 가족들 중심의 극단적 저항과 복수문화인 ‘인티캄’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의 민간인 희생자가 22만명(피해자 직계가족 100만명 이상)에 달하고, 시리아 내전 등으로 1,000만명 이상의 난민들이 중동 각지에서 생존 위기에 내몰려 있다. 그들은 복수를 위해 급진주의자들의 플랫폼으로 자발적으로 뛰어들고, 소외된 젊은이들은 IS가 쳐놓은 유혹의 덫에 쉽게 걸려든다.

여기서 이슬람이란 이념적 장치는 서구에 대항하는 슬로건으로 안성맞춤이고, 그들의 반인륜적 악행을 지하드로 포장하는 교묘한 보호막이 되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4조3,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 테러와의 전쟁으로, 테러가 줄기는커녕 갈수록 확산되고 잔혹해 지는 원인에 대해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테러자료센터(GTD)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03년까지 43년 동안 2,437개에 달하는 테러조직들에 의해 약 12만5,000건의 테러가 발생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2002년 이후에 발생했다고 한다. 미국의 중동전쟁개입 이후 ‘반미’라는 목표를 내건 새로운 테러조직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1991년 불과 7개였던 이슬람 무장단체가 2001년 20개로 늘어났고, 2013년에는 그 두 배가 넘는 49개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테러대원들의 숫자도 급증해 유럽국적의 젊은 전사 3,000명을 포함,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 결과 알카에다와 연계조직들의 테러 횟수는 2013년 900건 이상으로 최근 6년 새 9배 이상 늘어났다.

IS는 수많은 테러조직들 중에 새롭게 부상한 조직일 뿐이다. 테러거점을 향한 무차별 공습과정에서 훨씬 많은 민간인 희생이 동반되는 것이 오늘날 전쟁의 특성이고 보면 궤멸되는 테러분자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공습 피해자들이 테러조직에 가담하게 되는 것이다. 서방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테러행위를 근절할 처방은 과연 없는 것인가? 해결방식에서 일치된 견해는 아니지만 대체로 이슬람권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문한다.

첫째, 테러집단을 응징하는 전쟁 못지않게 무고한 민간인 피해자나 전쟁난민들에 대한 지원과 심리치료, 일자리 창출 같은 소프트 파워 전략이 더욱 중요한 정책으로 동시에 가동되어야 한다. 둘째, 미국은 중동에서 더 이상 승산 없는 패권적 전쟁을 멈춰야 한다. 셋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IS라는 공통의 적을 향해 수니-시아 간 갈등과 지역 패권 헤게모니 경쟁을 유보하고 손을 잡아야 한다. 넷째, 비록 나쁜 독재자이지만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인위적으로 붕괴시키기 보다는 존속시켜 극단적 과격테러조직의 위협에 맞서게 해야 한다. 다섯째,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부 걸프 국가들은 급진적 이슬람 이념인 ‘살라피즘’의 전파를 중단하고, 관련 이슬람 단체에 대한 재정 지원을 끊어야 한다. 여섯째, 아랍연합군을 결성하여 이슬람 세계가 앞장서서 반이슬람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IS에 맞서 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공존이라는 평화 로드맵을 실천하도록 미국과 서방세계가 강력한 이스라엘 압박공조를 해야 한다.

이슬람인들은 미국의 태도가 단 기간에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 간의 역사적 트라우마가 워낙 뿌리 깊고 상호 불신의 벽이 아직은 높다. 이슬람인들은 미국이 9ㆍ11테러 이후 이슬람세계에 대한 공세적 입장을 취하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일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 등으로 ‘이슬람 죽이기’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미군은 떠났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철군 채비를 하면서 미국은 궤멸대상이었던 탈레반과 권력 분점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종전선언이 된다 해도 피해자의 입장에선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족은 물론 집과 삶의 터전을 잃었기 때문이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것이 전쟁의 속성이다. 따라서 전쟁의 참혹함은 외면한 채 테러의 잔혹성에만 매달리는 것은 자칫 본질을 비껴가는 접근일 수 있다. 테러 응징 못지않게 테러 발생 배경의 근원적 해결책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행이 미국과 중동의 강력한 반미국가인 이란이 핵협상을 마무리하고 화해관계로 돌아선다면, 시리아 내전 종식과 IS 궤멸 등과 같은 현안이 실마리를 찾으면서 어느 때 보다 중동에서 평화 무드가 고조될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던져줄 것이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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