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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편집자가 말하는 출판 불황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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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편집자가 말하는 출판 불황의 해법

입력
2016.03.2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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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평론가 장은수씨는 "한국 출판은 팬덤을 자신의 힘으로 창출하지 못하고 SNS등에서 이미 팬덤을 구축한 스타들의 콘텐츠에 업혀가는데 지나치게 익숙하다"며 이런 태도가 위기를 자초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시내 한 서점. 한국일보 자료사진
출판평론가 장은수씨는 "한국 출판은 팬덤을 자신의 힘으로 창출하지 못하고 SNS등에서 이미 팬덤을 구축한 스타들의 콘텐츠에 업혀가는데 지나치게 익숙하다"며 이런 태도가 위기를 자초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시내 한 서점. 한국일보 자료사진

출판의 미래

장은수 지음

오르트 발행ㆍ224쪽ㆍ1만5,000원

출판 불황의 한파가 매섭다.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을 선호하는 독자, 짧은 글보다는 그림을 원하는 사람들, 종이보다는 디스플레이 액정이 익숙한 세대의 등장, 얼마 안 남은 애서가들의 관심을 호시탐탐 분산시키는 막강한 온오프라인 콘텐츠 기업들. 출판의 모든 것을 바꿔 놓은 e-커머스의 성장. 이 짙은 불황의 그림자를 거둬낼 수 있을까.

‘출판의 미래’는 출판사 대표를 지낸 베테랑 편집자가 국내 출판계의 이런 절박한 의문에 답한 책이다. 스스로를 ‘읽기 중독자’로 소개하는 저자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민음사 대표이사를 지낸 출판평론가다. 오랫동안 출판 현장을 누빈 경험과, 전 세계 출판 담론을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출판계가 직면한 현실과 한계, 과제를 조근조근 풀어냈다.

무엇보다 영미권 등 선진국 출판계에서 선행된 혁신과 변화를 조명하는데 공을 들였다. 그는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데 실패하면서” 갈피를 잃고 방황 중인 국내 출판계와 달리, 이들 국가에서는 “인수합병과 과감한 투자, 적극적인 디지털 비즈니스”를 통해 출판계가 자신감을 회복 중이라고 봤다.

이를 테면 펭귄랜덤하우스는 디지털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혁신을 모색하는 출판사 중 하나다. 출판과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장악해 큰 시장 점유율을 가진 ‘슈퍼 자이언트’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어린이 책의 역사에 정통한 자신들 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 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을 붙여주길 원하는 부모들이 얻고자 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SNS를 통해 공유하는 사이트를 통해 독자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독자와 직접 만나고 있는 것이다.

또 디지털 공간에서 전혀 구할 수 없는 정보들로만 지면을 메우는 잡지 ‘모노클’은 독자들과 취향을 공유하는 카페, 모노클샵, 읽을거리를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사세를 키우고 있다. 출판계의 강점인 편집과 큐레이션의 힘을 적극 발휘한 결과다.

외부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다양한 업계 사례를 소개하는 저자는 출판의 미래를 보여주는 10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슈퍼 자이언트의 시대(유통의 지배에 대응하는 거대 출판사들의 모색) ▦편집의 귀환(큐레이션 기능의 부상) ▦세계화 2.0(붕괴되는 지역과 언어의 장벽) ▦읽기 습관(커지는 읽기 습관의 중요성) ▦가용성(언제 어디서든 독자가 원하는 형태로 책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 ▦팬덤(저자 혹은 출판사의 가치를 공유하는 팬) ▦데이터(독자 정보 이해) ▦유연성(출판 프로세스) ▦제휴(기술기업과의 협업) 등이다.

이들 키워드를 통해 저자는 “독자를 깊이 이해하고 삶의 품격을 높여주며 영혼에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의 중요성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책의 제작과 유통의 영역이 외부로부터 위협받을수록 출판사의 경쟁력을 유지시키는 “가장 본원적 능력”인 콘텐츠가 강조되기 때문이다. 종이를 파는 콘테이너 비즈니스에서 정보와 지식을 파는 콘텐츠 비즈니스로의 이행 흐름을 이해하고, 체질 변화에 나설 때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출판계의 국내외 현실을 돌아본 그가 내린 결론은 출판이 반드시 “희망을 건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이다. 아마존 킨들의 개발 책임자였던 제이슨 머코스키의 발언을 빌려 저자는 국내 출판계를 이렇게 독려한다. “우리는 책의 미래를 개조할 수 있다. 책이 우리의 삶 속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재조정하고 독서의 불길을 다시 타오르게 할 수 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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