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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민우의 삼별초, 펜으로 정교하게 그린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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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민우의 삼별초, 펜으로 정교하게 그린 액션

입력
2018.05.03 17: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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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별초 최후의 전장 제주도에 마주한 보르츄이(왼쪽)와 바라이. 세미콜론 제공
삼별초 최후의 전장 제주도에 마주한 보르츄이(왼쪽)와 바라이. 세미콜론 제공

“배우 이병헌이면 어떨까 싶어요. 어느 쪽 캐릭터든지 잘 녹아들 것 같아요.”

순전히 그냥 생각만 해본 거라면서 형민우(44) 작가는 웃었다. 그러고 보면 몽골군에 의해 몽골 전사로 길러졌으나 삼별초 신의군 소속으로 그 몽골군과 마지막까지 싸우는 고려인 바라이 역할이든, 바라이를 사냥개로 조련했으나 이제는 죽여야 하는 몽골 귀족 보르츄이 역할이든, 억센 육체와 흔들리는 눈빛을 갖춘 이병헌과 잘 어울릴 것 같다.

형 작가가 지난해 인터넷 포털 다음에 연재했던 화제작 ‘삼별초’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일단 1부이고 올해 늦가을쯤 시즌2를 연재한 뒤 그걸 다시 책으로 묶어낼 예정이다. 온갖 연재물이 쏟아지는 웹툰 세계에서 작업 템포가 너무 느리다 싶은데, 그건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삼별초'를 내놓은 작가 형민우. 세미콜론 제공
'삼별초'를 내놓은 작가 형민우. 세미콜론 제공

모든 게 컴퓨터화된 세상인데 작가는 우직하게 펜화로 정교하게 그리는 길을 택했다. 이 정도 장면을 구성하고 그림으로 소화해내려면 연재 시작 전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미리 그려두지 않을 수가 없다 싶다. 한 장면을 그리는데 3~4일의 시간을 들이는 경우도 있다. 정작 형 작가는 자신을 낮췄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펜으로 하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익숙하기도 하고요. 색감이 좋은 작가가 아니라 색을 빼고 갔을 뿐이에요.” 그래서 처음엔 살짝 불안했다 한다. “볼거리 많은 시대에 이런 느낌을 좋아할까 걱정했는데 결과물로는 잘 나온 거 같아 안심”이라 했다.

몽골군의 유럽진군을 상징하는 그림. 펜으로 그린 그림의 맛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세미콜론 제공
몽골군의 유럽진군을 상징하는 그림. 펜으로 그린 그림의 맛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세미콜론 제공

‘삼별초’는 연재 초부터 만화계 화제였다. 일단 형 작가는 1998년 ‘프리스트’로 대박을 냈다. 33개국에게 100만부 이상 팔렸고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는 ‘대몽항쟁’이라 인식된 민족주의 시각에서 탈피하고자 했다. 작품의 얼개는 보르츄이의 기억을 쫓아가는 방식이어서 고려인보다 몽골인 얘기가 중심이다. 더구나 바라이는 몽골과 고려, 양쪽 모두에게서 버려진 인물이다. 형 작가는 “’결사항전’ 같은 국수주의보다는 그 시대에 살아야 했던 사람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물론, 전쟁 만화니까 영화 ‘300’을 떠올리게 하는, 아드레날린 팍팍 무친 전쟁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CJ E&M이 만화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작과 투자에 뛰어든 이유이자, 형 작가가 가끔은 배우 이병헌의 얼굴을 떠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별초1

형민우 글, 그림

세미콜론 발행ㆍ208쪽ㆍ1만9,500원

작업은 힘들지만 작품을 진행해나가는 쾌감은 여기서 온다. “뻔히 다 아는 얘기라 생각했던 것에서 찾아내는 반전”을 그려내는 재미다. 그래서 작가 최대 고민은 스토리 전개다. 올해 시즌2 연재를 해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싶으면 끝낼 것이고, 미진하다 싶으면 시즌3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책도 2권에 이어 3권이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이병헌 섭외도 그만큼 늦어진다. 얘길 듣다 보니 좀 이상하다. ‘투자자’ CJ E&M이 가만 있을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간섭을 안 해요. 미안해서라도 빨리 끝내라는 작전 같아요.” 형 작가는 바라이처럼 웃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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