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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의원 C형 간염 피해자 “왜 우린 지원 안 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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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의원 C형 간염 피해자 “왜 우린 지원 안 해주나”

입력
2016.03.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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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 97명 중 51명 희귀 1a형

3개월 치료에 4,600만원 큰 부담… 건보 적용 안돼 시작도 못해

진료기록서 떼는 데만 한 달… 분쟁 조정 지원 약속도 헛말

다나의원에서 C형 간염에 감염된 이민호(가명ㆍ맨 오른쪽)씨가 지난 1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서울 중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찾았다. 이씨는 8일 “목숨이 걸려 있는데도 제대로 치료 지원을 못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제공
다나의원에서 C형 간염에 감염된 이민호(가명ㆍ맨 오른쪽)씨가 지난 1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서울 중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찾았다. 이씨는 8일 “목숨이 걸려 있는데도 제대로 치료 지원을 못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제공

“우리에게는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정부는 그 동안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들과의 형평성만 얘기하면서 아무 지원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주 C형 간염 환자들에게만 치료비를 지원해준다니, 이럴 수가 있습니까.”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C형 간염 감염 피해자 이민호(33ㆍ가명)씨는 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감기에 걸려 집 근처에 있는 다나의원에서 5번 정도 수액을 맞았다. 부모님께도 독감 예방주사 접종을 권유해 아버지(65)도 독감 예방주사와 수액을 맞았다. 하지만 병원을 마지막으로 찾은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들었다. 이 병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 검사결과 이씨와 아버지 모두 C형 간염에 걸려 있었다. 이씨는 간 수치가 정상(30)의 400배가 넘는 1,300까지 치솟았고 간이 굳어지는 간경변도 진행되고 있었다.

C형 간염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10~20년 후 30% 정도가 간경화로 진행되고, 그 중 절반은 간암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무서운 병. 하지만 이씨 부자는 감염 사실을 알게 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무런 치료도 못 받고 있다. 이들이 걸린 C형 간염은 우리나라 전체 C형 간염 환자의 1% 미만이 걸리는 ‘1a형’이기 때문이다. 치료제인 ‘하보니’가 있지만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약값이 3개월간 4,600만원이나 든다. 외국계 회사의 2년 차 직원인 이씨가 자신과 아버지의 치료비 1억원을 감당하기는 버겁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하보니’의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심사하고 있지만, 빨라야 7월쯤 건강보험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씨는 “정부가 보험 적용 예상 시기를 미루기만 해 피해자들이 하보니 제조사인 길리어드사를 찾아가 신속한 보험적용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다나의원 피해자 중에는 장애인 부부와 자녀까지 가족 3명이 감염된 경우도 있다”며 “대부분 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다나의원 C형 간염 감염환자 97명 중 절반이 넘는 51명이 1a형이다.

그는 C형 간염에 걸린 후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다나의원 사태가 터지자 피해자들이 산하기구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분쟁조정원)을 통해 조정을 받도록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씨는 “조정 신청에 필요한 진료기록서를 떼는 데만 한 달이나 걸렸다”고 배신감을 털어놓았다. 다나의원을 내원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진료기록서가 필요했지만, 사본을 보관해야 할 양천구보건소는 “자료가 없으니 경찰에 문의하라”고 떠넘겼고, 경찰은 “조사 중”이라며 나몰라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나의원 측 관계자가 폐쇄된 병원 건물에 들어가 관련 자료를 떼 줘 지난 1월에야 겨우 조정을 신청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분쟁조정원에 신청한 피해자는 10명뿐이다. 그나마 조정이 개시된 피해자는 6명 밖에 안 된다.

이들에게 강원 원주 한양정형외과 C형 간염 피해자들에 대해 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더 큰 상처가 됐다. 이씨는 “정부는 그 동안 우리의 지원 요청에 대해 ‘다른 환자ㆍ다른 의료사고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을 들어 모두 거부해왔다”며 “그런데 같은 이유로 C형 간염에 감염된 원주 피해자들만 지원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5년 전 결혼한 이씨는 C형 간염이 다 나을 때까지는 자녀를 가질 수도 없게 됐다. 이씨의 유일한 희망은 다나의원을 찾기 전 몸 상태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이씨는 계속되는 기다림에 “피가 마른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최소한 치료만이라도 빨리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없도록 해주세요.”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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