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훈 기자

등록 : 2017.02.17 16:59
수정 : 2017.02.17 16:59

충격의 삼성, CEO 중심 비상경영 나설 듯

이재용 구속… 그룹 초유의 위기

등록 : 2017.02.17 16:59
수정 : 2017.02.17 16:59

신사업 투자 찬물, 조직 개편 연기

지주회사 전환, 대졸 공채 안갯속

미래전략실 해체 약속 딜레마

이부진 대안론엔 “가능성 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17일 구속됐다. 삼성 창립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점심시간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직원들이 식사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며 삼성그룹이 미증유의 위기에 봉착했다. 총수 부재로 경영 전반에 불확실성이 짙어졌고, 세계 7위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도 위태롭게 됐다.

삼성의 앞에는 가시밭길이 펼쳐졌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밤새 대기한 삼성 직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서초사옥의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도 충격에 빠졌다.

이 부회장은 1938년 삼성 창업 이후 ‘오너 3대’에 걸쳐 첫 구속이란 불명예를 뒤집어썼고, 삼성으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 3년 전 이 회장이 병상에 누운 이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재편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삼성그룹이 받은 충격은 어느 때보다 크다. 삼성은 “향후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공식 입장만을 내놓았다.

삼성그룹은 국내 제조업 매출액의 11.7%에 해당하는 연 매출 300조원을 떠받치는 거대 기업 집단이다. 국내 임직원 21만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약 50만명의 임직원이 ‘삼성’이란 이름의 한 배를 타고 있다.

총수 부재로 삼성은 당분간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들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현상유지는 가능하겠지만 미래 판도를 좌우할 신사업 투자 등에는 속도를 내기 힘들 전망이다. 지난해 7조원의 손실을 감수한 갤럭시노트7 단종이나 투자액이 9조3,000억원에 이르는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합병(M&A) 등은 총수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2007년 ‘비자금 사건’으로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발광다이오드(LED) 사업 등에서 경쟁자들에게 추격당한 뼈아픈 경험을 했다.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로 삼성의 주력 분야인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에서 기술력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상황이라 총수 부재가 경쟁력 상실의 빌미로 작용할 여지가 적지 않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대안론이 나오지만 삼성 측은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이 없어 가능성이 0%”라고 일축했다.

비상경영체제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지연된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밝힌 지주회사 전환 검토, 매년 3월 시행한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일정 등도 가늠이 어려워졌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약속한 미래전략실 해체는 삼성에 딜레마다.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미래전략실을 없애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삼성 관계자는 “아무도 구속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뾰족한 대책이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며 침통해했다.

이 부회장 구속의 파장은 삼성을 넘어 재계 전체에 몰아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고,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도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우려를 표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은 “글로벌 경쟁의 최일선에 선 대표기업이 경영 공백 상황을 맞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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