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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예술을 어떻게 바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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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예술을 어떻게 바꾸었나

입력
2016.06.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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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념전 관련 토론회가 열린 24일 관람객들이 경기도미술관 앞 잔디밭에 설치된 최정화 작가의 '숨쉬는 꽃'(2016)을 감상하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세월호 추념전 관련 토론회가 열린 24일 관람객들이 경기도미술관 앞 잔디밭에 설치된 최정화 작가의 '숨쉬는 꽃'(2016)을 감상하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세월호 참사가 처음 일어났을 때, 그리고 그 해 내내, 나는 세월호에 대한 예술은 불가능하다고, 이 사건에 대해 예술은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조선령 부산대 교수)

24일 오후 경기도미술관. 세월호 2주기를 맞아 4월 16일 시작한 세월호 추념전시 ‘사월의 동행’의 폐막을 이틀 앞두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예술적 담론을 살펴보는 라운드 테이블이 마련됐다. 오후 세 시부터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조선령 부산대 교수, 양효실 미학자, 량원모 경기도미술관 학예실장을 비롯해 세월호 추념전에 참여했던 작가들과 관람객이 자리했다.

세월호 희생자 수와 같은 304명 지원자들의 기도하는 손을 촬영한 조소희의 '봉선화기도 304'. 경기도미술관 제공
세월호 희생자 수와 같은 304명 지원자들의 기도하는 손을 촬영한 조소희의 '봉선화기도 304'. 경기도미술관 제공

‘사월의 동행’ 전시는 세월호 이후 예술이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출발점이었다. 첫 번째로 발제에 나선 조선령 교수는 “저는 사건 1주기를 전후로 쏟아져 나온 예술적 표현들이 너무 섣부르지 않은가, 세월호의 트라우마가 너무 강렬해 예술화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는 이어 “이제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며 “기억과 진상 규명 못지 않게 세월호에 대한 ‘애도’가 필요하며 그것은 예술가가 맡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 예술이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사회와 호흡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세월호 희생자 수와 같은 304명의 지원자들의 기도하는 손을 촬영한 ‘봉선화 기도 304’로 전시에 참여한 조소희 작가는 “작품이 망가지는 꿈을 세 번이나 꿀 정도로 책임감 비슷한 것에 시달리고 있다”면서도 “작업 과정에서 새로운 감각이 깨어나고 있음을 느꼈다”는 말로 세월호라는 아픔을 대면하며 예술가로서 한층 성숙했음을 드러냈다. 그는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얘기하기엔 생각이 깊지 않은 사람이었고, 아픔이나 슬픔을 직관적으로 소화하려는 사람이었다”는 진정성 있는 고백을 덧붙이기도 했다.

유례없는 비극이 촉발한 사회의 불안과 모순에 예술이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세월호의 비극은 내 아들이나 나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한 량원모 학예실장은 “그러나 비극이 가장 리얼하게 보여줬던 건 돈을 중심으로 한 셈법과 생명경시 문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근원적인 성찰과 각성이 필요하며, 참사 이후의 예술은 부당한 현실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세월호와 관련된 온라인의 이미지를 무작위로 보여주는 작품 ‘0416 실시간’으로 전시에 참여했던 강신대 작가는 “파국이 어떻게 미적으로 소비되고 있는지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며 작가들에게 세월호는 예술 본연의 역할을 고민하게 하는 시발점이었음을 드러냈다.

바닷물 위에 띄워진 선박을 이미지화한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세월호 추념전에는 약 2개월 동안 1만7,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전시를 기획한 이채영 큐레이터는 “(세월호합동분향소와 같은 구역, 단원고 가까이에 위치하는)장소성 때문에 경기도미술관 내에는 ‘세월호에 대한 전시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있었다”며 “세월호 전시를 연례화할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한국 사회에서 예술가들의 지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주 관장은 “보통 한 전시를 시작하면 얼른 벗어나 다른 전시를 열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는데, 이번에는 희한하게 세월호 추념전 기간 내내 전시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고 전시를 마치는 소감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시작한 세월호 추념전 '사월의 동행'의 종료일을 이틀 앞둔 24일 경기도미술관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관람객들의 모습.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시작한 세월호 추념전 '사월의 동행'의 종료일을 이틀 앞둔 24일 경기도미술관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관람객들의 모습.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안산=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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