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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보름달 이야기

입력
2015.09.2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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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매우 크고 밝은 보름달’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1994년 여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를 방문했을 때. 만년설이 남아있는 산꼭대기에서 떠오르는 달을 만났다. 쟁반이나 빈대떡 차원이 아니라 지름이 수십m인 듯 느껴지는 누렇고 둥근 거울 같은 게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땅과의 착시 때문이라 여기고, 지대가 높아서 그렇겠지 생각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달에 머리가 부딪힐 듯하여 나도 모르게 허리를 숙이면서 걸었다”고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곤 한다.

▦슈퍼문(Super Moon)이 올 추석에 뜬다고 한다. 달의 지구공전 궤도가 타원형이므로 지구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울 때도 있고 가장 멀 때도 있다. 가장 가까울 때 태양 지구와 일직선을 이루면 슈퍼문이 된다. 가장 멀 때는 작게 보일 것이므로 미니문(Mini Moon)이라 한다. 하지만 슈퍼문과 미니문의 차이가 10% 남짓이어서 맨눈으론 거의 구별하기 어렵다. 인력(引力)이 급증하여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지고 해일이 생긴다고 우려하지만 실제 해수면 차이는 2㎝정도에 불과하다.

▦레드문(Red Moon, 일명 블러드문ㆍBlood moon)이 올 추석엔 함께 뜬다고 한다. 지구의 그림자 속에 달이 들어가는 월식(月蝕)인데, 지구 주변에서 햇빛이 굴절과 산란을 하면서 달이 붉게 보인다. 슈퍼문은 1년에 4~6차례 생기지만 레드문과 겹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올 추석 보름달이 특별한 이유다. 그러나 이번 ‘슈퍼문+레드문’의 정확한 시각은 영국(경도 0˚) 기준으로 28일 오전 2시(우리시간 28일 오전 10시)여서 우린 그 전후의 비슷한 모습을 저녁과 새벽에 바라볼 수밖에 없다.

▦블루문(Blue Moon)은 불길하고 우울하다. 달의 공전주기가 29.5일이다 보니 한 달(30 혹은 31일)에 보름달이 두 번 뜨는 경우가 있겠다. 그 때 뒤에 뜨는 달이 ‘떠서는 안 될’ 그것이다. 이상하고 우울한 놈이어서 ‘기괴한 보름달’이 되었다. TV프로 전설의 고향에 많이 등장했다. 캄캄한 밤을 밝히는 달은 우리의 마음이다. 슈퍼문이든 레드문이든 블루문이든, 그것을 기다리며 찾아서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이 그렇게 명명하게 됐다. 그냥 ‘쟁반 같이 둥근 달’이나 ‘빈대떡 같이 푸짐한 달’에 희망을 걸어보자.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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