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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고민해봅시다] "개 식용 찬반 갈등, 이제라도 사회적 합의로 결론 내려야"

입력
2017.04.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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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론 눈치보며 책임 미뤄

대만은 이달초 식용금지 결정

지난 1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모란가축시장 초입에 '정상영업 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김지현 기자
지난 1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모란가축시장 초입에 '정상영업 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김지현 기자

개고기는 관련 법으로 보면 ‘유령 먹거리’다. 1978년 정부가 국제적 비난 여론을 의식해 축산물가공처리법(현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개를 제외시키면서 위생관리의 근거가 사라졌다. 개를 가축에 포함시켜 위생적인 도축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는 꾸준히 있었다. 1999년 김홍신 당시 국회의원이 위생적인 개고기 유통을 위해 '식용견 법률화'를 제안했지만 여론에 밀려 폐기됐다. 2008년에는 서울시가 개를 축산물가공처리법(현 축산물위생관리법)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달 국회에서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등의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이 또한 식용견 규제에도 적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을 남겼다. 개를 기를 때나 도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대 행위는 처벌이 가능하지만 도축과 유통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개를 반려동물로 인식하고 동물복지를 강화하는 현재의 흐름에 맞춰 식용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대만의 사례를 높이 평가한다. 대만은 2001년 상업 목적의 개 고양이 도살을 금지한 데 이어 이달 초 식용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개고기를 사고 팔거나 먹다가 적발될 경우 최대 징역 2년과 25만 대만달러(약 930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신상정보가 전국에 공개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개 식용 논쟁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개는 잡아먹으려고 키우는 사람도 있지만 반려견으로 키우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한 방향을 강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고 일방적으로 한 쪽의 의견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유제범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금까지 입법 공백이 계속된 이유는 개고기 유통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 때문”이라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찬반에 대한 합의를 하고, 만약 규제를 하게 된다면 제한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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