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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 한 마디에도 소년범은 새로운 삶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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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 한 마디에도 소년범은 새로운 삶 살 수 있어요”

입력
2018.04.08 12:5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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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

8년간 소년재판 경험을 담은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 출간

“소년법 폐지, 근시안적 접근 지양”

한국일보자료사진
한국일보자료사진

‘소년범의 대부’, ‘호통판사’로 불리는 천종호(사진)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지난달 부산지법 형사법정으로 자리를 옮기며 ‘괴물’과 ‘장발장’이 된 아이들을 온몸으로 변론하는 책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Apologia)’을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소년법 폐지 논란과 학교 폭력, 청소년 회복센터 등 천 판사가 2010년 창원지법부터 8년간 1만2,000여명의 소년재판을 하며 느낀 소회와 에피소드 등을 다뤘다.

책은 한 소년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의지할 곳 없이 노숙생활을 하던 소년이 ‘어려울 때 연락하라’던 천 판사의 말이 생각나 밤새 길을 걸어 법원으로 찾아왔다. “아침은 먹었냐”는 천 판사의 물음에 소년은 “사흘을 굶었지만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절도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 판사는 이 책에서 “이 땅의 소년범들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법과 정의로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이란 작은 도움과 격려 한 마디에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보살펴 줄 부모나 가족이 없는 비행 청소년을 돌보는 대안 가정인 청소년 회복센터 운영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러한 믿음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소년범도 사형과 무기징역이 가능하도록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사회 여론이 비등해진 것과 관련 “사태가 심각할수록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 판사는 “청소년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려면 그에 대한 자유와 권리도 부여해야 한다”면서 “소년 범죄에서 강력범죄는 전체 5% 수준, 강력범죄 중 잔혹하고 엽기적인 사건은 1%에 불과한 데 처벌 상한을 높이거나 처분 기간을 늘리면 될 일이지, 소년법을 폐지해 나머지 95% 소년 범죄도 형법을 적용해 모두 전과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천 판사는 인세수익 전액을 청소년 회복센터에 기부할 예정이다.

2010년 창원지법에서 처음 소년재판을 맡은 천 판사는 3년 뒤 전문법관을 신청해 부산가정법원에서 5년째 소년재판을 담당해왔다. “소년재판을 계속할 수 있다면 승진도 영예도 필요 없다”는 바람과 달리 그는 지난 정기인사에서 부산지법 형사법정으로 발령 났다. 우리나라 사법 사상 8년간 소년재판을 맡은 법관은 천 판사가 유일하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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