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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에 가야죠… 9명 모두 찾아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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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에 가야죠… 9명 모두 찾아만 주세요”

입력
2017.03.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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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ㆍ불안에 뜬눈으로 밤 새워

“진상규명 등 해야 할 일 많아

선체조사위원 추천권 줬으면”

희생자 유가족들도 인양 지켜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동거차도 곳곳에 달아둔 리본 뒤로 인양현장이 보인다. 신은별 기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동거차도 곳곳에 달아둔 리본 뒤로 인양현장이 보인다. 신은별 기자

“인양 작업하시는 분들이 신경 쓰실까, 묻지도 않고 그저 텔레비전만 보고 있습니다.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상황보고만 해주세요. 그리고 꼭 약속해 주세요. 우리 가족들 9명, 다 찾아 주겠다고…”

2014년 4월 16일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던 세월호가 1,073일 만인 23일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부터 사고해역인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인근에서 인양 작업을 지켜본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조마조마 기대에 부풀어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러나 이날 밤 선미 램프(육지와의 개폐식 연결통로)가 열린 문제로 인양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정부 발표에 미수습자 가족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곧 피붙이를 데리고 갈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를 붙잡고 다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울음을 터뜨렸다 그쳤다 하기를 수 차례 반복했다.

이날 오전 11시 미수습자 가족들은 현장에서 “세월호를 들어올린 순간, 참담했다. 억장이 무너진다. 하루 늦더라도 그저 안전하고 온전하게 인양해달라”는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아울러 국민들의 응원을 간청했다. “295명의 희생자 가족처럼 우리도 가족을 찾아 고향으로 가고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도와줘야 합니다.” 정부는 배 뒤쪽에 미수습자 유해의 상당수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피 끓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목포 신항까지 선체를 이동하고 미수습자를 찾고 진상규명을 하는 것까지 지금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또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도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위원 추천권을 달라”고 강조했다. 선체조사위원회는 국회 선출 5명, 희생자 가족 대표 선출 3명으로 꾸려진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사고해역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동거차도 야산 중턱에 설치한 3개의 간이천막에서 인양 과정을 차분히 지켜봤다. 애타는 마음으로 동거차도 높은 곳에 올라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인스턴트커피로 피로와 긴장을 달래고 있었다. 오후 2시 담담한 표정으로 본 인양을 지켜보던 가족들 눈에 선체 움직임이 포착되자 “올라왔다” “움직인다”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세월호가 수면 위로 폭 6m까지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유가족들은 희미하게 보이는 작업 현장을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망원카메라를 들고 분주히 움직였다. 유가족들이 직접 운영하는 ‘세월호유가족방송416TV’ 촬영을 맡은 단원고 2학년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는 “선체가 올라오는 듯한 기류가 감지돼 기록을 남긴다”고 촬영중인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문씨는 흐린 날씨에다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불안감으로 보냈던 오전을 떠올리며 “지금이 낫네, 낫다. (선체의) 뻘건 부분도 보이고, 이제 올라오는 게 육안으로도 보이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간이천막에는 3년 전 세월호 침몰과 함께 가슴에 묻었던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곳곳에 스며있었다.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2017년도에도 잊지 않고 있어요, 그날의 약속’ 등이 적힌 현수막이 천막에 붙어있고, 사고 현장을 가까이 보기 위해 천막에 구멍을 뚫고 설치해둔 망원경도 보였다. 천막 안쪽으로는 추위를 달래기 위해 가져온 박스가 바닥 여기저기에 깔려 있었다. 봄볕은 남녘바다를 은빛으로 물들였지만 아직 유가족들의 한 서린 가슴까지 덥히진 못했다. 그렇게 또 봄날이 가고 있었다.

진도=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세월호 인양 개시를 앞둔 22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인양 개시를 앞둔 22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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