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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20, 30대의 머리와 40, 50대의 손발을 쓰자

입력
2018.04.13 17: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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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게임에 몰입하고 게임을 하면서 아이템을 사고 팔아 현금화 해 본 세대, 자장면 한 그릇도 앱으로 주문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자장면에 대한 평가를 남기는 세대, 궁금한 것은 텍스트와 이미지 기반의 포털이 아닌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검색하는 세대, 대면 소통이 불편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모 인터넷전문은행을 선택하는 세대, 우리 기성 세대는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들은 태어나면서 스마트 기기를 접했고 스마트 기기와 함께 오프라인과 온라인 공간을 넘나들며 성장했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그들의 관점과 접근법은 기성세대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런데 그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그들에게 어떤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그들이 어떤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틀을 그들을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세대가 만들어 가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이끌었던 세대, 틈만 나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떠들어 대지만 4차 산업혁명의 본질과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갈 우리 사회의 변화는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세대, 소통을 논하지만 자신의 경험이 만들어 놓은 사고의 틀 속에 갇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세대, 그들이 쏟아내는 교육과 일자리 정책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첨단무기로 무장한 적군을 상대하기 위해 전장으로 나아가는 군인들에게 말타기와 검술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선거철을 앞두고 깊은 고민 없이 단기적 성과에 함몰되어 쏟아 내는 일관성 없는 정책들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39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마크롱의 행보를 눈여겨 보자. 과감한 공공 및 노동 분야 개혁을 통해서 병이 들어 회복이 힘들어 보이던 프랑스를 살려내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들을 걷어내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면서 기업의 투자와 고용 심리를 살려내고 있다. 왜곡된 평등주의를 몰아내고 노력한 만큼 성과를 만들어 내고 보상 받을 수 있는 건강한 경쟁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는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성장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면서 최첨단 분야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시대적 요구를 이해하고 시장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젊은 30대 대통령의 통찰력과 패기, 그리고 노장 정치인들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이 조화를 이루어 내면서 만들어 낸 성과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조직들을 들여다 보자.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관리의 틀과 문화 속에서 무력화되는 젊은이들의 창의성과 패기를 대부분의 조직에서 접할 수 있다. 그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그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손과 발이 되어 기성세대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데 급급하다. 기성세대가 그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손과 발이 되면 어떨까. 20, 30대가 머리가 되고 40, 50, 60대가 손과 발이 되는 조직을 그려본다.

역사의 흐름 속에 각 세대에게 주어지는 시대적 소명이 있다. 산업화 세대도 민주화 세대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들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해석하고 미래를 위한 틀을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미래를 위한 틀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소비적인 대결을 피했으면 한다. 낙오되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도 조직도 산업화 세대의 추진력과 민주화 세대의 조직력을 기반으로 우리 젊은이들의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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