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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 기자

등록 : 2017.12.11 04:40

안데스를 걷다, 인권의 시선으로

등록 : 2017.12.11 04:40

민변 창립멤버 조용환 변호사

남미 6개국 여행기 담은 책 출간

역사 희생자들에 대한 연민도

여행 마지막 이구아수 폭포 앞에서 포즈를 취한 조용환 변호사. 그는 "돈과 시간을 곱절로 들여야 하는 남미여행인 만큼 남미 지역의 아픔과 굴곡도 함께 느끼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실의힘 제공

“흔히 남미라 하면 우리보다 후진적이라고만 생각합니다. 그런데 칠레 같은 경우 과거 피노체트 군부독재 정권의 반인도적 국가범죄에 대한 형사처벌뿐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에서도 시효를 없앴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제법의 원칙을 우리보다 더 확실하게 받아들인 겁니다. 돈 좀 더 벌었다고 선진국인 게 아니지요.”

‘안데스를 걷다’(진실의힘)를 내놓은 조용환(58) 변호사는 10일 이렇게 말했다. 조 변호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창립멤버로 국가보안법, 과거사, 용공조작 재심, 민간인학살 사건 등을 다룬 대표적 인권변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대법관,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 때마다 늘 이름이 오르내렸다. 2011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몫 헌법재판관으로 추천됐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부결되기도 했다.

그런 조 변호사이기에 책을 낸다면 자신이 간여한 숱한 사건에 대한 ‘백서’류의 책을 선보일 만도 했다. 하지만 처음 출간한 책이 지난해 10월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두 달여 동안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6개국을 종단한 여행기다. 의외의 책이라는 얘기에 조 변호사는 “초등학생 시절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보고 품었던 오랜 꿈이었다”고 대답했다. 김찬삼(1926~2003)은 1950~60년대 활약한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여행가로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시절 신문, 라디오는 그의 여행얘기를 자주 다뤘다. 그는 “언젠가 한 번은 가야지 하다가 다리에 힘 떨어지기 전에 가자 해서 지난해에 강행했다”며 웃었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펴 들면 군부독재가 남긴 쓰라린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콜롬비아 보고타의 ‘기억ㆍ평화ㆍ화해센터’, 페루 리마의 ‘기억ㆍ관용 및 사회적 포용의 장소’, 칠레 산티아고의 ‘기억과 인권 박물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기억과 인권을 위한 공간’ 같은 곳은 빠지지 않고 들렀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빙하라는 아르헨티나 페리토모레노 빙하. 조용환 변호사는 이 장관 앞에서 메르세데스 소사의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Gracias a la Vida 삶에 감사합니다)'를 읊조렸다. 진실의힘 제공

조 변호사 관심의 초점은 사법부의 역할이다. 칠레 대법원은 피노체트 정권이 자신들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만든 사면법을 천천히, 그러나 또렷하게 하나씩 무력화해 나갔다. 콜롬비아 헌법재판소도 평화를 내세워 과거사를 그냥 묻어버리려던 우익 군부 정권의 사면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다. 다소 느리고, 때론 불만족스럽더라도 그렇게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관심은 지난 정부에서 보수화된 대법원에 대한 분노와 맞닿아 있다. 지난 대법원은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간첩조작 사건 손해배상 사건 등에서 국가 책임을 크게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과거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근혜 정부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조 변호사는 “어디나 할 것 없이 각 분야가 자율적 토론과 논쟁을 통해 스스로 바뀌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사법부도 그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루 안데스 산맥 해발 3,000m에 위치한 살리네라스 염전. 옛 잉카 시절 황금보다도 더 비싼 것이 소금이었다. 진실의힘 제공

책엔 여행기인 만큼 전체 일정은 물론, 주요 숙소와 교통, 관광지 등을 예약하고 해당 도시의 치안 상태를 확인해볼 수 있는 정보까지 빼곡하다. 사진도 좋다. 조 변호사가 직접 찍은 사진들인데, 취미 삼아 들꽃 찍던 솜씨를 제대로 발휘했다.

정부도 바뀌었으니 또 다른 역할을 맡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는 “(정부로부터) 아무 연락 받은 게 없다. 여행이나 더 다니고 싶다”며 웃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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