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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ㆍ민간 생리대 조사 제각각 결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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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ㆍ민간 생리대 조사 제각각 결과 왜?

입력
2017.09.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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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구 교수 “독성물질 검출” 휘발성 물질 포집하는 방출시험

식약처 조사는 “전혀 검출 안돼” 초저온→고온 가열 함량시험

같은 브랜드라도 표본에 따라 방출물질 함량 다를 수 있어

“식약처 성급한 발표 불신 키워”

지난 5일 오전 여성환경연대등 시민단체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생리대 전 성분 조사와 역학조사 실시 촉구 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참가자들이 바닥에 누워 ‘내몸이 증거다' 내몸을 조사 하라는 생리대 사태 해결을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즉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확한 유해물질 전성분 조사와 잘 설계된 철저한 역학조사를 진행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지난 5일 오전 여성환경연대등 시민단체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생리대 전 성분 조사와 역학조사 실시 촉구 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참가자들이 바닥에 누워 ‘내몸이 증거다' 내몸을 조사 하라는 생리대 사태 해결을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즉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확한 유해물질 전성분 조사와 잘 설계된 철저한 역학조사를 진행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8일 “평생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전수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소비자 불안감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를 막연한 불안으로 몰아세우기에는 식약처의 조사 결과 역시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식약처가 전날 발표한 VOCs 전수 조사 결과를 보면, 앞서 김만구 강원대 교수가 여성환경연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와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같은 제품인데도 김 교수의 조사에서는 검출이 되는 것으로 조사된 독성 물질이 식약처 시험에서는 전혀 검출이 되지 않았다.

서로 다른 VOCs 검출 시험 결과
서로 다른 VOCs 검출 시험 결과

‘생리대 파동’의 중심에 있던 깨끗한나라의 ‘릴리안순수한면울트라슈퍼가드중형날개형’ 제품의 경우 김 교수 시험에서는 VOCs의 일종인 에틸벤젠이 평균 5ng(나노그램ㆍ10억분의 1g), 스티렌 역시 평균 3ng 검출됐다. 그러나 식약처 시험에서는 해당 제품에서 에틸벤젠과 스티렌이 ‘불검출’된 것으로 나왔다. 이 회사의 ‘릴리안팬티라이너베이비파우더향슈퍼롱’ 제품 또한 김 교수 시험에서는 트리클로로에틸렌에 평균 4ng 검출됐지만, 식약처 시험에서는 불검출 됐다. 유한킴벌리의 ‘코텍스좋은느낌2울트라중형날개형플러스에이’ 제품도 마찬가지였다. 김 교수 시험 결과에서는 트리클로로에틸렌이 평균 3ng 검출됐는데, 식약처 검사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김 교수 시험법은 생리대에서 방출되는 기체를 포집해 VOCs 성분을 검출하는 ‘방출 시험’ 방식을 사용한 반면, 식약처는 생리대를 초저온(-196도)으로 동결, 분쇄한 후 고온(120도) 가열해 성분을 확인하는 ‘함량 시험’ 방식을 사용했다. 방출되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는 성분까지 다 측정하는 것인 만큼 더 철저한 분석이라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그런데도 김 교수 시험에서 검출된 물질이, 식약처 시험에서는 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 이동희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VOCs는 문자 그대로 ‘휘발성’ 물질이어서 포장된 상태라 해도 일정 시간이 흐르면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면서 “이 때문에 시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생리대에서 나오는 VOCs는 성분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표본마다 VOCs 함량이 다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같은 제품명을 가진 생리대라 해도 어떤 생리대는 VOCs가 많이, 어떤 생리대는 적게 들어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이번에 VOCs가 불검출 되거나 극히 미량만 나왔다는 것을 근거로 ‘인체 위해성이 없다’고 결론 지은 식약처 평가 결과는 표본에 따라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식약처의 조사는 전체 VOCs 84종 중 10종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1차 결과여서 “평생 써도 좋다”는 식의 발표는 성급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어떤 시험에서든 VOCs는 극소량만 검출된 만큼, VOCs를 부작용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정부가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음모론으로 매도할 것이 아니라 작은 가능성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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