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택 기자

등록 : 2017.12.20 04:40
수정 : 2017.12.20 08:23

사망 신생아 3명의 시트로박터균 염기서열 일치… 같은 감염원이 전파

등록 : 2017.12.20 04:40
수정 : 2017.12.20 08:23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중환자 4명 사망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대목동병원에서 동시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3명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하 시트로박터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병원측의 신생아실 관리 부실이 사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1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시트로박터균은 물리적 접촉으로 감염된다. 홍정익 질본 위기대응총괄과장은 “시트로박터균은 공기 감염이나 비말(미세한 침방울) 감염이 아닌 물리적 접촉을 통해 감염이 일어난다”면서 “대변에 있던 시트로박터균이 사람의 요로나 호흡기 등으로 침투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질본은 이날 신생아 3명에게서 검출된 항생제 내성 시트로박터균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전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같은 감염원에 의해 전파됐다는 뜻이다. 생존 신생아 12명 중 4명이 감염된 로타바이러스 역시 물리적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시트로박터균은 건강한 성인의 대장에 흔히 사는 세균으로 신생아의 기저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또는 관계자들이 화장실을 오가는 과정에서 신생아 중환자실 내로 유입돼, 신생아의 호흡기나 요로, 정맥영양주사 등을 통해 체내로 들어갔을 공산이 크다. 숨진 나머지 신생아 1명의 경우에도 생전에 혈액을 채취하지 않아 혈액배양 결과가 없을 뿐, 시트로박터균과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어느 곳보다 위생 관리에 철저해야 할 신생아 인큐베이터 내부까지 병균이 침입한 만큼 병원의 원내 감염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을 이용했던 부모들은 “일부 부모가 인큐베이터실에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왔다” “간호사가 기저귀를 땅에 떨어뜨린 후 맨손으로 집었다” “간호사가 수술 후 비닐봉지에 받은 변을 손으로 집었다” 등의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도 병원의 환경관리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한 대학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 관리 매뉴얼을 보면 세균 등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신생아 인큐베이터 한 곳마다 장갑 상자와 폐기함, 손 소독제를 두도록 하고 있다. 한 인큐베이터에서 사용한 일회용 장갑은 그 인큐베이터에 딸린 폐기함에 버리고 다음 인큐베이터에서는 그곳에 비치된 새 일회용 장갑을 끼고 아이를 진료하는 방식인데, 이런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켜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측의 환경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채윤태 한일병원 감염내과 과장도 “한 두 명이라면 몰라도 4명이 사망한 것은 감염관리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물론 세균 감염 자체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었는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간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제3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감염에 따른 패혈증 쇼크가 사망 원인이거나 감염으로 이상 증세를 보인 신생아에게 이런 저런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가 사망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측은 “역학 조사 결과를 기다려 보겠다”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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