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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미국으로… 유럽 떠나는 집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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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미국으로… 유럽 떠나는 집시들

입력
2016.09.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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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보트를 타고 터키 해안을 떠나 그리스의 에게해 레스보스섬에 앞에 도착한 시리아 등지의 난민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무보트를 타고 터키 해안을 떠나 그리스의 에게해 레스보스섬에 앞에 도착한 시리아 등지의 난민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의 민족주의 득세와 이에 따른 반 난민정서 확산으로 설 곳이 좁아진 동유럽 집시(로마족)들이 대거 유럽땅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시리아 등 중동지역에서 전쟁을 피해 모여드는 난민에 대한 유럽인들의 증오범죄, 차별이 급증함에 따라 또 다른 ‘이방인’인 로마족마저 수 세기 동안 버텨온 삶의 터전을 하나둘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출입국 관리 당국이 올해들어 7월까지 불법 체류 및 월경 혐의로 체포한 루마니아인은 약 1,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0명 보다 4배 이상 급증했다. 루마니아 출신 미국 불법체류자 대다수는 로마족, 즉 집시들로 분류된다. 집시(Gypsy)는 유럽을 떠도는 유랑 소수민족인 로마족을 비하하는 말로 이들은 14세기경 인도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다.

FP에 따르면 이들은 대체로 증오범죄 등에 대한 공포로 인해 더 이상 유럽에서 살 수 없게 됐다는 이유를 미국 체류 사유로 들고 있다. 로마족은 불법적인 월경루트로 잠입하다 미 당국에 단속되는 멕시코인, 중동 난민들과 달리 합법적인 망명절차를 거치기 위해 자발적으로 체포되는 방법을 선택한다. 마크 엔디코트 미 샌디에이고 출입국관리소 직원은 “올해 이곳 관리소를 통해 입국을 시도한 731명의 집시들은 멕시코인들과 달리 당국자의 눈을 피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출입국관리소로 다가왔다”며“정당한 망명을 요구하는 이들은 놀랍게도 여성과 어린이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FP는 이들의 미국 유입 증가 추세가 무엇보다 최근 유럽의 불안정한 정세 때문으로 분석했다. 에설 브룩스 유럽 로마권리센터 소장은 “유럽 전역에서 중동 난민과 함께 로마족들은 전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루마니아 등에선 이들을 막기 위해 ‘개나 집시는 출입금지’라 적힌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로마족의 미국행 러시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동유럽국가들의 배신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젤리코 조바노비치는 “헝가리 등이 EU에 가입하기 위해 친 로마족 정책을 약속했지만 이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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