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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발표문(전문)으로 본 긴박한 한반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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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발표문(전문)으로 본 긴박한 한반도 상황

입력
2018.05.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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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성사진.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성사진. 워싱턴 AP=연합뉴스

24일(한국시간) 심야에 한반도 정세는 180도 뒤바뀌었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소식이 전해지며 비핵화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오른 것도 잠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싱가포르 북미회담 취소방침을 밝혔다. 그것도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새벽 2시쯤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상당히 당황한 흔적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몇 시간 사이 발표된 미국 한국 북한 성명들의 전문을 차례로 읽어보면 현 한반도 정세의 긴박감이 더 실감난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예정돼 있던 6•12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취소 방침을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쓴 이러한 내용의 공개서한을 공개했다. 백악관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예정돼 있던 6•12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취소 방침을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쓴 이러한 내용의 공개서한을 공개했다. 백악관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당신의 시간과 인내심 그리고 노력에 감사를 표합니다. 정상회담은 양측이 오랜 기간 희망했던 것으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제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나는 당신과 회동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당신은 성명들을 통해 우리에게 매우 큰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을 표시했으며, 이를 근거로 볼 때 나는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느낍니다. 이 편지가 싱가포르 회담을 대신할 겁니다. 정상회담 개최가 중단되는 것은 전 세계에 악영향을 끼치겠으나 양측 모두를 위해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핵무기 능력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의 핵무기는 매우 강력합니다. 신께 바라건대 우리가 이를 사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서 매우 좋은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느꼈고, 궁극적으로 대화만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당신을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억류했던 인질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준 것에 감사함을 표합니다. 그것은 매우 아름다운 행동이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마음을 바꿔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싶다면, 전화나 편지하기 바랍니다. 전 세계는 그리고 특히 북한은 항구적 평화와 번영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번에 놓친 기회는 역사에 매우 슬픈 순간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His Excellency

Kim Jong Un

Chairman of the State Affairs Commission of the Democrac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Pyongyang

Dear Mr. Chairman:

We greatly appreciate your time, patience, and effort with respect to our recent negotiations and discussions relative to a summit long sought by both parties, which was scheduled to take place on June 12 in Singapore. We were informed that the meeting was requested by North Korea, but that to us is totally irrelevant. I was very much looking forward to being there with you. Sadly, based on the tremendous anger and open hostility displayed in your most recent statement, I feel is inappropriate, at this time, to have this long-planned meeting. Therefore, please let this letter serve to represent that the Singapore summit, for the good of both parties, but to the detriment of the world, will not take place. You talk about your nuclear capabilities, but ours are so massive and powerful that i pray to God they will never have to be used.

I felt a wonderful dialogue was building up between you and me, and ultimately it is only that dialogue that matters. Some day, I look very much forward to meeting you. In the meantime, I want to thank you for the release of the hostages who are now home with their families. That was a beautiful gesture and was very much appreciated.If you change your mind having to do with this most important summit, please do not hesitate to call me or write. The world, and North Korea in particular, has lost a great opportunity for lasting peace and great prosperity and wealth. This missed opportunity is a truly sad moment in history.Sincerely yours,

Donald J. Trump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0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0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관련 문재인 대통령 입장 표명>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12일에 열리지 않게 된 데 대해 당혹스럽고 매우 유감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포기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역사적 과제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

2018년 5월 25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신화통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신화통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 전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은 25일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하였다.

지금 조미(북미)사이에는 세계가 비상한 관심 속에 주시하는 역사적인 수뇌 상봉이 일정에 올라있으며 그 준비사업도 마감단계에서 추진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적대와 불신의 관계를 청산하고 조미관계개선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려는 우리의 진지한 모색과 적극적인 노력들은 내외의 한결같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24일 미합중국 트럼프 대통령이 불현듯 이미 기정사실화되어있던 조미(북미) 수뇌상봉을 취소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유에 대하여 우리 외무성 최선희 부상의 담화내용에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오래전부터 계획되어있던 귀중한 만남을 가지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밝히었다.

나는 조미(북미)수뇌상봉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단정하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이라는것은 사실 조미(북미)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 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 역사적 뿌리가 깊은 조미(북미) 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 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인 조미(북미)수뇌상봉에 대하여 말한다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 상봉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하여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하여 왔다.

그런데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뇌 상봉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자신감이 없었던 탓인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우리는 역사적인 조미(북미) 수뇌 상봉과 회담 그 자체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첫걸음으로서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개선에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를 하고 성의 있는 노력을 다하여왔다.

또한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오시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의 일방적인 회담취소공개는 우리로 하여금 여직껏(여태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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