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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 참사] “고생만 하신 어머니,부디 좋은 곳으로...” 희생자 39명 발인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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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 참사] “고생만 하신 어머니,부디 좋은 곳으로...” 희생자 39명 발인 완료

입력
2018.01.31 16: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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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숨진 강귀남(89)씨의 유족들이 한솔병원 장례식장에서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영정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밀양=김재현 기자
밀양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숨진 강귀남(89)씨의 유족들이 한솔병원 장례식장에서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영정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밀양=김재현 기자

지난한 생이었다. 그 시절 어렵지 않은 사람 없었다지만, 7남매를 건사하기 위해서는 못 할 것이 없었다. 살아보겠다고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강원도에서 경남 밀양으로 왔다. 김밥을 말아 새벽시장으로 나섰고 세월은 빠르게도 흘렀다. 고운 한복에 미소 짓는 강귀남(89) 할머니 영정 뒤로는 그렇게 키운 자식들이 길게 따랐다. 직접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쳤지만 끝내 할머니를 구해내지 못했던 소방관 손녀 엄모(29)씨도 할머니 영정을 따르며 눈물로 마지막을 배웅했다.

31일 오전 밀양 한솔장례식장에서 강 할머니를 비롯, 밀양 화재 희생자 4명의 발인이 엄수됐다. 화재 당시 환자들을 구하려다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당직의사 민현식(59)씨 발인도 같은 곳에서 치러졌다. 환자에 대한 애착이 깊었던 민씨는 장례식장 부족으로 뒤늦게 빈소를 마련했다. 이로써 밀양 화재 참사로 숨진 총 39명 희생자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그러나 여전히 부상자 145명이 입원해 치료 중에 있고, 이 중 10명이 중상인 상태라 이번 사고로 인한 아픔이 가시려면 시일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마지막으로 고인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찾은 유가족과 시민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고 문광숙(47)씨 고모 문복점(64)씨는 “장례는 끝났지만 마지막으로 얼굴을 한번 더 보고 싶어서 분향소를 찾았다”며 “이 생에서 힘들었던 일들은 모두 털어내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눈물로 기원했다. 밀양시가 24시간 운영 중인 합동분향소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8,801명이 방문했다. 밀양시는 당초 이날까지 갖기로 한 추모기간을 합동위령제가 열리는 다음달 3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유가족들은 이날로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만큼 ‘밀양 세종병원 유족협의회’를 구성해 소방당국과 시청 등에 유가족 건의사항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고 이유기(90)씨의 사위 김성환(61) 유족협의회 공동대표는 “더 이상 제천 참사, 밀양 참사 같은 대형 화재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유족들의 공통된 입장”이라며 “돌아가신 분들의 사망 경위를 제대로 밝혀 유족들의 정신적 충격을 다독이고 사고를 원만하게 수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유가족을 만나 1차 심리 지원 및 정보 제공을 했으며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정신과 전문의를 동원해 심층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협의회는 보상비와 장례비 등은 당국에 일임한 뒤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밀양=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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