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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성 기자

등록 : 2017.10.29 18:33
수정 : 2017.10.29 18:40

신발 이어 화장품 공장… 북한 김정은 잇단 ‘경제 시찰’ 왜

등록 : 2017.10.29 18:33
수정 : 2017.10.29 18:40

가는 곳마다 “국산화”… ‘자력자강’ 신년사 연장선

집권 초기부터 중국산 제품 의존도 낮추라고 지시

44일째 잠잠… ‘초강경 대응’ 시사 뒤 軍 행보 전무

“초강경 제재 극복하려면 경제 우선 불가피” 분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 화장품 공장을 시찰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시찰에는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도 동행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도발이 멈춘 사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행보가 경제 현장 시찰에 집중되고 있다. 김정은 체제 들어 줄곧 독려돼 온 국산화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하면서 한층 강조되는 분위기다.

당분간 북한이 정세를 관망하며 경제 건설에 매진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확장 개건 공사를 마친 평양 화장품 공장을 김 위원장이 둘러보고 세계 유명 브랜드 화장품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의 생산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새 설비의 84%가 자체 제작됐다는 사실 등을 언급하면서 “이 성과 속에는 해당 단위의 공장ㆍ기업소들이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자급ㆍ자족하도록 정책적 지도를 잘하고 있는 경공업 부문 지도일꾼의 투쟁 기풍과 투쟁 본때가 깃들어 있다”고 했다. 국산화를 강조한 것이다.

이날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 보도는 19일 류원 신발 공장 시찰 보도(조선중앙통신) 이후 열흘 만이다.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설비 국산화 비중이 87%에 이른다는 점을 거론하며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생필품의 국내 생산 비중을 키우라고 지시한 건 집권 초기부터다. 수입 대체 산업을 육성해 지나치게 높은 중국산 제품 의존도를 낮추려는 구상에서였다. 올 초 신년사에서도 “자력자강의 위대한 동력으로 사회주의의 승리적 전진을 다그치자”고 고무했고, 설비 현대화 공사를 끝낸 가방 공장을 새해 첫 공개 행보 현장으로 고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사정이 더 다급해졌다. 핵무기 개발이 완성 단계에 다가가면서 제재 수위도 올라갔기 때문이다. “지금 적대 세력들의 야만적인 초강경 제재로 많은 애로와 난관을 겪고 있는 경제 부문에서 국산화는 더 미룰 수 없는 사활적인 문제”라는 올 7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토로는 북한의 초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7일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단행된 당 지도부 물갈이 인사에도 이런 상황이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 해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8일 김정을 총비서 추대 중앙경축대회에 참가한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소개하면서 군 대표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보다 각각 당과 경제를 대표하는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를 먼저 호명한 것은 초유의 고립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 건설에 주력하겠다는 대내외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반발해 지난달 21일 자기 명의의 성명을 내고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를 언급한 뒤 김 위원장의 행보도 예상 밖이다. 현재 북한은 지난달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뒤 44일째 도발을 멈추고 있는 상태다. 당시 미사일 발사를 현장에서 지켜본 게 김 위원장의 마지막 군사 관련 활동이었다.

때문에 북한이 앞으로 얼마간 숨 고르기를 하면서 민심을 다독이고 내부 결속에 힘쓸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둘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핵 개발 종착점이 다가오고 제재가 강해진 지금은 경제 분야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일 수 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자이자 최고 영도자로서 인정을 받으려면 핵으로 미국과 ‘맞짱’을 뜨는 것보다 주민들을 먹고 살게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김 위원장이 판단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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