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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잠수함 세일, 인도양 해저 정보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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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잠수함 세일, 인도양 해저 정보 노림수?

입력
2018.01.15 15: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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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잠수함, 獨의 5분의 1 가격

파격 조건으로 태국 등에 팔아

日 “中, 전략적 데이터 얻기 위해

겉으론 손해 보며 잠수함 넘겨”

美ㆍ인도 중심 군사균형 균열 우려

중국군이 남중국해 잠수함 훈련을 하는 모습. [중국망 웹사이트 캡처ㆍ연합뉴스]
중국군이 남중국해 잠수함 훈련을 하는 모습. [중국망 웹사이트 캡처ㆍ연합뉴스]

세계 무기시장을 경악시켰던 중국의 동남아 ‘잠수함 세일작전’의 숨은 의도가 확인됐다. 최근 4, 5년간 신형은 대당 3억 달러(3,200억원), 10년 넘은 중고라도 최소 1억달러(1,000억원)에 달하는 잠수함을 태국,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인도양 연안국에 공짜나 다름없는 파격 조건으로 판매했는데, 그 이면에 인도양 해저 정보 파악이라는 노림수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15일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2013년 중국에서 디젤기관을 갖춘 ‘밍급(明級)’중고 잠수함 2척을 구입, 지난해 3월 취항시켰다. 태국도 작년 4월 밍급의 차세대 기종에 해당하는 중국산 ‘위안급(元級)’잠수함 1척을 구매키로 결정했고, 2척을 추가 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파키스칸은 2015년 시진핑(習近平) 주석 방문 당시 8척을 구입하는 방안을 중국과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2016년 중국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외신에 따르면 8척중 4척은 파키스탄에서 건조된다.

세계 무기시장에서는 재래식 잠수함의 경우 중국산은 독일, 한국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도 중국이 동남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건 워낙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동남아 방위산업 동향에 밝은 한 전문가는 “태국의 경우 당초 한국산이 유력했으나, 중국이 ‘판매 대금을 무이자로 30년 후에 받겠다’고 제안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산 중고 잠수함은 대당 100억엔(1,000억원) 정도로 독일산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집트 등 중동지역은 물론 쿠바 같은 중남미에도 중국산 저가 잠수함 구입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 신문은 중국이 겉으로는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잠수함을 동남아 국가에 넘겨준 건 다각적이고 정교한 계산이 바탕에 깔린 전략적 접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해군은 남중국해 등 가까운 바다에서 해상 우위를 확보하는 지금까지의 ‘근해(近海) 방어’전략에서 태평양과 인도양 등 먼 바다로 작전능력 범위를 확장하는 이른바 ‘원해(遠海)호위’전략으로 변신하고 있는데 잠수함 헐값 판매는 이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다.

잠수함 운용에는 운항 지역 해저 지도와 일대를 통과하는 피아 함선이 내는 음향 정보, 음파를 퍼뜨리는 해수 상태와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미 해군과 비교하면 중국은 인도양 지역에 대한 관련 정보가 극히 부족한데, 실전 배치 후 통상 4, 5년마다 실시되는 선체 정비 과정을 통해 동남아 국가 잠수함들이 쌓은 귀중한 실전 정보가 공짜로 중국에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의도를 간파한 일본에선 동남아 각국이 중국제 잠수함을 구매할수록 인도와 미 해군 영향력에 좌우되던 인도양 주변의 군사적 균형이 깨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인도양 주변국들이 중국에 빨려 드는 상황은 이 지역 맹주인 인도는 물론이고 미국과 함께 인도ㆍ태평양 패권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일본을 자극하고 있다”며 “잠수함 전력을 둘러싼 인도양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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