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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김정은에게 생사 기로… 문재인 정부, 핵 억지력 구축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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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김정은에게 생사 기로… 문재인 정부, 핵 억지력 구축 급선무”

입력
2018.01.01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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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동결 대신 핵 묵인 요구

미북협정ㆍ경제지원 등 조건 내걸 것

트럼프 ‘동결 후 비핵화’ 협상 가능성”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다사다난이란 말이 2017년만큼 실감나는 해가 얼마나 있었을까. 초유의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문재인 정부의 출범, 적폐청산 움직임 등 국내정세의 전개는 숨 돌릴 틈조차 없다. 북한은 화성 12, 14, 15호를 연속 발사하면서 차례로 괌,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비약적으로 과시했다. 최소한 히로시마 원폭의 10배 이상의 폭발력을 가진 수소폭탄 실험을 단행했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이 ICBM 능력을 갖추려면 2~3년 소요될 것으로 보던 전망은 수개월 내로 단축됐다. 향후 핵무장의 D-데이까지 수개월간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래 가장 위험한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솔직히 2018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새해는 수소폭탄과 ICBM으로 무장한 북한과 지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하는 해가 될 것이다.

한반도 주변전략환경은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진입했다. 북한의 위험한 핵장난은 공교롭게도 우리가 국권을 상실했던 20세기 초와 같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강대국들이 각축을 벌리는 강대국 정치(power politics)의 부활을 촉진시키고 있다. 한반도 운명을 미중 담판으로 요리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진행형이다.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김정은의 노골적 행보와 맞물려, 한반도는 미국 우선주의의 트럼프, 미국 패권에 도전장을 내미는 시진핑, 강대국 부활을 꿈꾸는 아베, 호시탐탐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마초 푸틴 등 스트롱맨들의 각축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지난 당대회 이후 패권 도전을 공식화한 중국과 경쟁시대를 선언한 미국 사이의 본격화한 패권경쟁은 북핵위기 국면과 맞물려 한반도 상황을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평화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지만, 북한의 김정은은 정부의 선의에 입각한 접근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그들의 셈법에 한국은 없다. 그들의 셈법은 미국과의 최종 담판을 통해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북한이 한국에 접근한다면, 한미 간을 이간하든지 미북 간 타결된 내용과 관련 영수증을 수령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북한이 ICBM 전력의 완성을 목표로 한다면 향후 수차례의 추가 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그 과정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촉발될 것이다. 핵전력의 완성을 계기로 평양은 은밀하게 ICBM과 핵실험을 동결할 수 있고 대화를 시작하자는 시그널을 워싱턴에 보낼 수 있다. ICBM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대신에, 북한은 파키스탄과 같이 미국에 자신의 핵무장을 묵인할 것을 요구할 것이며, 미북협정 체결, 제재 해제, 경제지원 등의 조건도 내걸 것이다.

트럼프 정권은 일단 ‘동결 후 점진적 비핵화’라는 명분으로 이러한 제안을 수용하고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이 선 동결 후 협상을 통한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 이러한 미북협상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미북협상의 재개가 평화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미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보유를 목표로 하는 이상 지루한 시간 끌기와 협상이 깨지는 과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위기는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독점 상황은 사실상 굳혀지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유리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동결을 주장하면 북한이 요구하는 동결의 대가를 지불하는 데 있어서 대부분의 경제적 부담을 우리가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에게 급선무는 대화보다 어떻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구축할 수 있을까이다.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갖출 수 있을 때, 북핵문제를 중장기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이 없다면, 우리의 대북정책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또한 북한정권이 핵에 집착할수록, 정권의 취약성은 높아갈 것이다. 북한정권의 취약성을 높이는 일이 비핵화를 이끄는 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정은에게도 2018년은 생사의 기로에 서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윤덕민 전 원장은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25년간 국립외교원에만 재직하며 한국 외교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왔다.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 법학 박사를 땄다. 1991년 국립외교원의 전신인 외교안보연구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2013년부터 문재인정부 출범 직전까지 원장을 역임했다. 북핵을 중심으로 동북아 외교 주요 현안을 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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