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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셀프 개혁’으론 적폐 척결 한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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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셀프 개혁’으론 적폐 척결 한계 판단

입력
2018.07.10 18:35
수정
2018.07.10 21: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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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한 의도’ 확인 땐

존립 자체 위태 가능성

개혁 미적대다 문건 나오자 ‘백기’

노심초사 기무사 “매우 유감” 사과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을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조사하라고 10일 전격 지시한 것은 더 이상 ‘셀프 개혁’에 맡길 수 없을 정도로 기무사의 적폐 정도가 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번 수사 주체에서 육군과 기무사 출신을 배제시킨 것도 이 같은 불신감이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앞으로 계엄령 문건 관련 독립수사단 조사에서 전ㆍ현직 기무부대원이 대거 연루되고, ‘정권보위’ 등 불순한 의도가 확인된다면 올해로 창설 68년을 맞는 4,200명의 거대 조직 기무사는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방부는 지난 3월 기무사가 촛불집회 당시 위수령 발령과 계엄 선포를 검토한 문건을 생산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위법성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송영무국방부 장관도 해당 문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기무사의 월권행위이며 당시 상황인식에 문제가 있었지만 계엄 검토가 촛불시위가 과격해질 경우를 전제로 해서 작성된 것이고, 그 내용도 기존 계엄 매뉴얼을 짜깁기한 수준이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10일 기무사 독립수사단 대통령 지시 관련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며 사병의 경례를 받고 있다. 홍인기 기자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10일 기무사 독립수사단 대통령 지시 관련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며 사병의 경례를 받고 있다. 홍인기 기자

하지만 촛불 계엄령 문건에 대해 여권 내에서 ‘쿠데타 기획’ ‘예비 내란음모’ 등 격한 반응이 나오자 기류가 역전됐다. 국방부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건 공개로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 검찰단이 문건 작성 경위, 시점, 적절성, 관련 법리 등에 대해 확인 및 검토 후 수사전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무사 참모장을 기무사 개혁 TF에서 해촉하는 절차도 밟았다.

그러나 여권의 눈높이에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미 지난 3월 말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국방부 검찰단에게 다시 판단을 맡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청와대와 여권의 인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뒤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고 기존 국방부 검찰단 수사팀에 의한 수사가 의혹을 해소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자행한 사이버 댓글 사건으로 현 정부에 찍혀 있던 기무사가 전 정부 시절 적폐 척결에 미온적이다가 결국 타의에 의해 개혁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무사는 현 정부 들어 개혁TF를 출범시키고 전 정권 시절의 관행을 끊겠다며 세심(洗心)식 이벤트까지 벌였으나 이달 들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동향 문건에 이어 계엄 선포 검토 문건까지 공개되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게 됐다.

여권 내에선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여권은 기무사를 손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지만 6ㆍ13 지방선거 이전 기무사 이슈를 띄울 경우 선거용 적폐몰이라는 반격 가능성을 의식해 적절한 타이밍을 조절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된 기무사는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기무사는 별도 입장을 통해 “지난 정부 기무사가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검토한 사실은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는 가운데 기무사 본질의 보안방첩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강도 개혁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장영달 기무사 개혁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다시는 정치권력에 이용되는 민간인 사찰, 군에서의 특권적인 행동을 좌시하지 않는 완벽한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비상수단에 가까운 과감한 개혁”의 추진을 강조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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