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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큰 예술영화시장… 한국형 아트버스터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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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큰 예술영화시장… 한국형 아트버스터는 언제쯤

입력
2014.09.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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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85만명 찾아 최고 흥행

관객 10만 넘는 외화들 최근 잇달아

메시지에 치중 완성도 낮은 한국산

참신한 발상ㆍ기획력 적극 배워야

‘비긴 어게인’(감독 존 카니)의 흥행 뒷심이 유난하다. 개봉일(8월13일)에 2만1,247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봤는데 1일엔 오히려 4만6,542명으로 늘었다. 매우 보기 드문 흥행 늦바람이다. 대형 상업영화 ‘인투 더 스톰’ ‘해적: 바다로 간 산적’과 함께 박스오피스를 주도하고 있다.

1일까지 ‘비긴 어게인’을 찾은 관객은 85만6,770명이다. 올해 개봉한 다양성영화(예술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는 최고 흥행 기록이다. 극장가에선 또 하나의 ‘아트버스터’(아트와 블록버스터의 합성어로 크게 흥행한 예술영화를 의미)가 탄생했다고 반기고 있다.

‘음악영화 불패 법칙’을 새삼 확인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물간 음반 프로듀서와 무명 여가수가 사랑과 우정 사이를 오가는 사연보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겨울 할리우드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1,000만 관객을 넘고, ‘인사이드 르윈’이 다양성영화시장에서 흥행바람을 일으키며 음악영화의 강세를 대변했다.

상업영화에 얼굴을 종종 비추는 키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를 캐스팅하고 인기 록그룹 머룬파이브의 애덤 러빈을 출연시키는 기획력도 돋보인다. 존 카니 감독은 음악영화 ‘원스’로 한국 관객들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다.

‘비긴 어게인’의 흥행 성공은 최근 크게 부풀어오른 한국 예술영화시장 규모를 반영한다. 40대 여성을 중심으로 예술영화 관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최근 대형 흥행작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때 ‘꿈의 숫자’였던 10만 관객 고지를 돌파한 영화들이 여럿 탄생했다. 기껏해야 5만명이 볼 거라는 예측이 개봉 전 나돌았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77만3,843명이 보며 아트버스터라는 신조어를 제조했다. ‘그녀’(34만9,498명)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24만1,126명),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12만7,953명) 등이 예술영화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예술영화시장의 주도권은 외화가 쥐고 있다. 상업영화와 달리 예술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는 변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공주’(22만4,005명)와 ‘도희야’(10만6,511명)가 선전했으나 외화의 아성엔 미치지 못한다.

한국 예술영화의 약세는 예고됐던 것이다. 대부분의 예술영화들이 치밀한 흥행 전략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데 치중하다 완성도를 놓치는 경우 아니면 지나치게 예술적 자의식에 빠진 저예산영화가 대부분이다. 한 영화계 인사는 “그저 빼어난 천재 감독이 나타나 관객 호응을 얻기만을 기다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참신한 기획력과 감독의 예술적 재능을 결합해 관객층을 파고들려는 노력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상업주의에 지나치게 치우진 대형 투자배급사들의 행보도 예술영화의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비긴 어게인’의 주인공인 음악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은 그레타(키라 나이틀리)의 음반을 녹음할 돈이 모자라자 뉴욕 길거리를 스튜디오로 삼는다. 기발한 착상이다. 차량의 소음과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등이 자연스레 섞인 그레타의 음악은 결국 대중의 마음을 잡는다. 한국 예술영화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로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아트버스터가 외화 독차지가 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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