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천영우 “동해 물 다 마르고 비핵화하겠다면 누가 믿겠나”

알림

천영우 “동해 물 다 마르고 비핵화하겠다면 누가 믿겠나”

입력
2018.03.13 04:40
3면
0 0

“ICBM 동결로 북미협상 끝날 땐

북핵위협 그대로… 한국엔 최악”

北, 제재 감당 안돼 대화 나와

대화 중에도 대북 제재 계속해야

트럼프, 너무 충동적으로 접근

현재론 북미정상회담 위험해 보여”

천영우(66)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12일 “현재로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위험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 이사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들의 위협이 해소되고 나면 비핵화하겠다는 게 현재 북한의 입장인데,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대남 핵우산 정책 폐기 등의 요구가 충족된 다음 비핵화하겠다면 누가 이를 비핵화라고 믿을 수 있겠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이 기대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염두에 두고 있는 비핵화가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향후 비핵화 프로세스 성공 조건으로 천 이사장은 “북한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도록 대북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동결을 북핵외교 성과로 내세울 경우 한국 입장에선 최악의 결과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당장의 북핵 위협을 피하는 것이지만, 한국이 처한 북핵 위협은 그대로 남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_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던졌다. 의도가 뭐라고 보나.

“김정은 입장에선 미국 본토 타격 ICBM을 최종 완성하고 나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게 가장 유리했을 것이다. ICBM 배치만 포기해도 상당한 보상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거기까지 가려면 몇 번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더 해야 한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미국의 제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기질을 고려했을 때 정말 대북 군사옵션을 사용할 가능성도 우려한 듯하다. 얻어맞고 협상으로 나오느냐, 얻어맞기 전에 협상으로 나오느냐의 선택에서 후자가 낫다고 판단해 핵개발 9부 능선에서 대화로 나온 것이다.”

_미국은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받았다가 다시 추가 조치를 내놓으라는 등 내부 혼선이 있는 듯하다.

“처음에 너무 충동적이었다고 본 거다. 미국 내부에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를 믿을 수 있겠느냐’ ‘우리가 너무 무리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으로선 북미 정상회담이 위험해 보인다.”

_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와 미국이 기대하는 비핵화가 다르다는 뜻인가.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남측 특사단이 밝힌 김정은 의사 표명을 토대로 하자면 북한의 입장은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비핵화의 조건이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간단히 말해 ‘대북제재 하지 않으면 비핵화하겠다’ ‘자신들을 위협하지 않는다면 비핵화하겠다’는 것 아닌가. 북한이 생각하는 자신들에 대한 위협의 범주는 광범위하다. 주한미군 주둔도 위협이고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위협이다. 외부 세계 소식을 북한 내부에 전하려는 노력도 위협이다. 이러한 위협을 하지 말라는 요구가 충족되고 나면 비핵화하겠다는 것 아닌가. 동해 물 다 마르고 나서 비핵화하겠다고 한다면 그 말을 누가 비핵화라고 생각하겠는가.”

_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따로 전달한 비공개 메시지는 뭘까.

“추측하기 쉽지 않지만 본 협상에 앞선 신뢰 구축과 관련된 조치가 아닐까 한다. 예를 들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석방할 경우 미국 내 강경 여론을 달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오토 웜비어 사건의 예처럼 억류자를 장기간 데리고 있을 경우 부담스럽고, 다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결과로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지 않겠나.”

_벌써부터 북한의 핵사찰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지금 단계에서 전망하기 어렵다. 어차피 비핵화하려면 핵사찰을 받아야 한다. 북한이 보유한 핵을 신고하고 이를 확인하는 게 사찰이다. 이는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합의에 뒤따라 오는 것이다.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은 지금 북한의 사찰 의지를 전망하거나 핵사찰이 이뤄질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_문재인 정부의 중재외교는 어디까지 왔나.

“한국은 북핵의 최대 피해자다. 피해 당사자가 어떻게 중재를 할 수 있나. 다만 협상권을 미국에 위임한 것이다. 미국이 한국보다 가진 대북 협상 지렛대가 많다는 현실적 상황 때문이다. 즉 우리가 해야 할 협상을 미국에 해달라고 맡긴 것이다.”

_비핵화 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대북제재를 계속해야 한다. 북한이 체력을 보충할 기회를 줘선 안 된다. 지금은 목이 졸릴 지경이 되니 대화로 나와 빈말이라도 하는 것이지, 만약 대화 과정에서 북한에게 숨 돌릴 틈을 주면 그 다음엔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비핵화 조치에 따른 인센티브를 미리 줘서는 안 된다.”

_한국 정부가 향후 북과 대화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을 꼽는다면.

“북미 간 협상이 북핵 동결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트럼프는 다음 대선을 앞두고 대외정책 성과가 필요할 것이다. 미국을 위협한 북한의 ICBM 동결을 성과로 포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당장의 북핵 위협을 피하게 되는 것이지만 한국에 대한 위협은 그대로다. 최악의 결과다. 대남 핵위협을 미국이 정당화해주는 꼴이 되는 셈이다. 한국 안보를 팔아 미국 안보를 보장해주는 결론이 나지 않도록 하는 데 외교 역량을 쏟아야 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