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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물가 전망 이견 팽팽... 금리 인상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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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물가 전망 이견 팽팽... 금리 인상 안갯속

입력
2018.05.14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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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2% 목표치 도달 전망”

이주열 한은 총재 강조 속

조동철 위원은 저물가 부각

"일반인 설문 방식 실제보다 높아"

금통위원 매파ㆍ비둘기파로 양분

‘금리 인상 시기’ 의견 일치 어려워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전망을 둘러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내부 이견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금통위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가 물가 목표(2%) 도달 전망을 거듭 강조하는 상황에서 한 위원이 공개적으로 저물가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진통이 표면화하고 있다. 통화정책 핵심지표인 물가를 둘러싼 금통위의 시각차가 금통위원 교체 변수와 맞물려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1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조동철 금통위원은 지난 9일 강연에서 주요 물가지표인 기대인플레이션율(경제주체들의 주관적 물가상승률 전망)이 실제보다 높게 산정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행 기대인플레율은 한은이 매월 가구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하는데 2015년 이후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 위원은 “일반인 설문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며 “(조사 방식이 같은) 일본은 디플레(물가 하락) 기간에도 기대인플레율이 2~3%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비교 지표로 채권시장에서 통용되는 기대인플레율을 제시했다. 시중금리 기준인 국채 금리에서 물가연동국채(원금이 물가에 연동되는 국채) 금리를 차감한 이 값은 2015년 이래 1%를 밑돌고 있다. 이보다 훨씬 높은 현행 기대인플레율을 참고해 금리를 결정해온 기존 방식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조 위원은 “물가가 목표 수준인 2% 부근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도록 안정시키는 게 통화정책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 총재의 최근 물가 관련 발언과는 결이 상당히 다른 것이다. 지난달 이 총재는 올해 인플레율 전망치를 하향조정(1.7→1.6%) 하면서도 “내년에는 물가가 목표치(2%)에 가까운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금리 결정을 할 땐 현재보다는 1년 후 물가를 더 우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4일에는 “물가는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며 “(금리 결정에 있어) 물가보다 실물지표를 더 신경쓰고 있다”고도 했다. 시장이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주시하는 상황에서 금통위원들이 물가를 두고 매파(통화긴축 선호ㆍ이 총재)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ㆍ조 위원)로 나뉘어 대립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대립 구도는 금통위 의사록(회의록)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회의록에서 전체 위원 7명 가운데 2명은 물가 상승을 낙관하는 ‘매파’, 다른 2명은 반대 입장인 ‘비둘기파’ 편에 섰다. 양측은 이러한 물가 전망을 근거로 금리인상 여부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을 내며 맞섰다. 비둘기파 위원들은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 “물가 흐름을 둘러싼 위험요인이 적지 않다”며 현행 금리 유지를 주장한 반면, 매파 위원들은 물가가 한은 전망대로 움직일 것이라며 향후 통화완화 축소(금리인상)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만장일치 금리동결’이란 결론은 같았지만 위원들이 금리인상 여부에 말을 아꼈던 직전 2월 회의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금통위의 ‘내분’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한은의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지는 형국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 대한 근본적 견해차가 있는 데다 경기 및 물가 상황도 생각보다 악화되다 보니 금통위원들이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려운 듯 보인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올해 한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두고 당초 ’연내 한 두 번’에서 ‘7월 한 차례’로 전망이 바뀌고 최근엔 ‘한 번도 어렵다’는 예상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달(24일) 금통위 회의에서도 의견이 계속 갈린다면 7월 인상 가능성도 확언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함준호 위원의 임기 만료(12일)로 이달 금통위 회의부터 임지원 위원이 합류한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다. 함 위원이 4년 임기 동안 소수의견을 전혀 내지 않았을 만큼 철저한 중립파였던 반면, 외국계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 출신인 임 위원의 성향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부 금통위원의 강한 ‘비둘기파’ 성향은 시장에 익히 알려진 터라 그들의 입장 표명이 금통위의 금리인상 일정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5월 금리인상 소수의견 출현, 7월 인상 단행이 시장의 대체적 예상”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 전망에 대해선 금통위원들이 견해를 달리할 수도 있다”며 “다만 금리 결정은 물가뿐 아니라 성장, 금융안정과 관련된 다양한 변수를 두루 살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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