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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 온 외국 선수들 “사랑해요 K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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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 온 외국 선수들 “사랑해요 K팝”

입력
2018.02.20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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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에 줄 선물 챙겨오고

‘엑소’ 커버영상 유튜브 올리고

경기 전에 씨엘 음악 듣고…

한글 유니폼 입은 아일랜드 선수

피겨 음악에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한류 올림픽’ 현상으로 확산

러시아 피겨 스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오른쪽)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팬이다. 엑소의 춤을 따라 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룹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연합뉴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러시아 피겨 스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오른쪽)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팬이다. 엑소의 춤을 따라 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룹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연합뉴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은색 운동복을 입고 흰색 스케이트를 신은 외국 여성이 빙판에서 흥겨운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이 여성의 몸짓에 실린 멜로디가 익숙하다. 아이돌그룹 엑소의 히트곡 ‘몬스터’다. 2016년 유튜브에 이 영상을 올린 여성은 2년 뒤 한국을 찾아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에서 은반 위를 수 놓은 ‘은빛 스타’가 됐다. 12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팀 이벤트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러시아 피겨 스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가 주인공이다.

엑소의 팬인 메드베데바는 경기 후 취재진에 “엑소 덕에 경기를 잘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엑소에게 ‘다치지 말고 항상 건강하세요’란 문구가 적힌 CD를 받은 뒤 얻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엑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메드베데바 지인의 요청으로 멤버들 사인이 담긴 CD를 선물로 전달했다. 메드베데바의 유튜브 계정엔 방탄소년단 ‘불타오르네’ 등 K팝 커버(춤 따라 하기) 영상이 수두룩하다.

미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마이아(왼쪽・24)ㆍ알렉스 시부타니(27) 남매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의 이름이 새겨진 모자를 따로 제작했다. 시부타니 남매 SNS 등
미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마이아(왼쪽・24)ㆍ알렉스 시부타니(27) 남매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의 이름이 새겨진 모자를 따로 제작했다. 시부타니 남매 SNS 등

“K팝은 평창의 비밀병기” 외신 주목

K팝이 평창올림픽에서 민간 외교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외에서 온 선수들은 K팝으로 격의 없이 한국 관객과 소통했고, 더 나아가 한국 영화 음악을 경기에 활용하기도 했다. K팝을 중심으로 드라마, 영화를 통해 세계 곳곳에 퍼진 문화 한류가 평창에서 그 꽃을 피우고 있다. “K팝이 평창의 비밀병기”(CNN)란 평이 해외 언론에서 나온다.

10~20대 해외 선수들의 K팝 사랑은 각별하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인기 선수인 알렉스 시부타니(27)ㆍ마이아 시부타니(24) 남매는 평창에 특별한 선물을 들고 왔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에 줄 털모자였다.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시부타니 남매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방탄소년단에게 줄 모자 사진을 올린 뒤 “어떻게 전달하면 될까요?”란 글을 올려 방탄소년단에 대한 팬심을 보여줬다. 두 남매는 7개의 털모자를 들고 있었는데 모자마다 RM, 지민, 슈가 등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남매는 미국 선수단복을 제작하는 의류회사 랄프롤렌의 올림픽 의상 맞춤제작서비스를 통해 ‘방탄소년단 털모자’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시부타니 남매뿐 아니다. 지난 13일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재미동포 클로이 김(18)은 아이돌그룹 2NE1 출신 씨엘의 팬이다. 김은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인 ESPN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경기 전 씨엘의 음악을 듣는다”며 “씨엘의 음악에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인 브레이디 테넬(왼쪽)은 지난 11일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여자 싱글에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제곡을 지정곡으로 썼다. 연합뉴스
미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인 브레이디 테넬(왼쪽)은 지난 11일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여자 싱글에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제곡을 지정곡으로 썼다. 연합뉴스

엑소와 씨엘이 폐막식에 서는 이유

K팝은 개회식에서 화합의 불씨가 됐다. 92개국 2,900여 명의 선수가 참여해 한 시간 여 동안 펼쳐진 각국 입장 행진엔 K팝이 울려 펴져 축제의 열기를 돋웠다. 방탄소년단의 ‘DNA’와 트와이스의 ‘라이키’ 등 최신 K팝의 향연에 해외 선수들과 한국 관객의 함성은 끊이지 않았다.

평창올림픽 개ㆍ폐회식 음악감독 중 한 명인 원일은 19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K팝은 한류의 첨병이자 우리의 문화적 자산”이라며 “K팝이 해외 선수와 한국 관객들을 잇는 다리가 되고 개막식에 기온이 낮은 야외 경기장에서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기며 열기를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거라 판단했다”고 개막식 연출 배경을 설명했다.

선수단 행진에 나온 K팝의 순서도 흥미로웠다. 특정 국가 선수단에 어울리도록 곡을 배치해 묘한 재미를 줬다. 붉은색 단복을 입은 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레드벨벳의 ‘빨간맛’이 흐르는 식이었다. 미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에는 싸이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왔고, 일부 선수들은 기다렸다는 듯 ‘말춤’을 추며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2012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7주 연속 2위를 차지하며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킨 노래를 선곡해 시너지 효

과를 낸 셈이다. K팝 최신곡의 활용과 곡 배치는 송승환 개ㆍ폐회식 총감독이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폐막식에는 엑소와 씨엘의 공연이 준비돼 K팝을 좋아하는 해외 선수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그룹은 폐막식 주제인 ‘넥스트 웨이브(Next Wave)’에 맞춰 섭외됐다. 엑소는 ‘우주에선 온 초능력자’ 콘셉트로 기획된 그룹이고, 씨엘은 한국 여성 래퍼로서는 이례적으로 미국 진출을 시도한 이력이 있다.

아일랜드 알파인 스키 대표인 패트릭 맥밀란(왼쪽)과 뉴질랜드 선수(오른쪽 위)들이 한글로 자국명이 쓰인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한 외국 선수(오른쪽 아래)는 경기장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지자 '말춤'을 췄다. 연합뉴스
아일랜드 알파인 스키 대표인 패트릭 맥밀란(왼쪽)과 뉴질랜드 선수(오른쪽 위)들이 한글로 자국명이 쓰인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한 외국 선수(오른쪽 아래)는 경기장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지자 '말춤'을 췄다. 연합뉴스

해외 선수들의 ‘한글 사랑’

K팝뿐 아니라 영화와 한글도 평창의 든든한 문화 지원군이었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인 브레이디 테넬(20)은 11일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여자 싱글에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제곡을 쇼트 프로그램 지정 곡으로 택해 한국 관객들에 감동을 줬다.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현악으로 애절한 분위기를 자아낸 게 특징인 이 곡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빠진 형제의 아픔을 표현한다. 2004년 개봉해 1,200만 관객을 모은 ‘태극기 휘날리며’는 해외에서도 인기였다. 테넬은 한국인 친구로부터 이 곡을 추천 받았고, 곡의 선율에 반해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올림픽은 해외 선수들로 인해 ‘한글 올림픽’이 되기도 했다. 아일랜드 알파인 스키 대표인

패트릭 맥밀란(27)은 15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알파인스키 남자 활강경기에서 한글로 ‘아일랜드’가 쓰인 유니폼을 입어 관객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문현상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장은 “외국인이 한글의 디자인에 특히 관심이 많다”며 “글 모양을 매력적이라 여겨 한글이 새겨진 옷을 즐겨 입고 한글 관련 상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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