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랭 前 프랑스 총리 인터뷰
“압박과 대화 동시에 추구해야”
文정부 대북정책과 기본골격 같아
“현재 미국과 중국의 방식대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장 피에르 라파랭(69) 전 프랑스 총리는 지난 13일 방한해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심각한 한반도 상황에서 두 나라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북한 현안에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2002년 5월 당시 자크 시라크 정부에서 165대 총리로 선임, 2005년 5월까지 재임한 그는 2009년엔 국방 외교 상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올해 10월 2일까지 임기를 마치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일왕의 자문역도 수행 중인 그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도 상당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만간 중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수행단에도 포함됐다.
라파랭 전 총리는 특히 군사적 대응 강경책을 전면에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단적인 대북 접근 방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했다. 라파랭 전 총리는 “지금은 뜨거울 대로 뜨거워진 북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냉정하고 차가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미국과 중국이 한목소리로 북한에 대처해 나가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서로 다른 각도에서 접근 중인 양국의 행보로는 1950년대부터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서 현재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북한 핵문제와 관련, 실효성을 가져오긴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라파랭 전 총리는 이처럼 서로 다른 방향에서 북한 문제에 다가서고 있는 양국 간 입장 조율 중재자로서의 프랑스 역할론도 내비쳤다. 그는 “프랑스는 중국이나 미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佛, 美·中 입장차 좁히는데 도움
평창올림픽도 긴장완화 역할할 것”
현재 당면한 북한 문제의 최적의 해법으로는 ‘압박과 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북한이 지금처럼 도발을 감행할 경우, 북한은 고립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압박 카드를 사용하면서도 평화적인 대화 통로도 동시에 열어 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주변국들의 외교적인 압박은 계속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결국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대화란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사실상 현재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기본 골격은 동일한 셈이다.
그는 앞선 2004년 12월, 당시 6자 회담을 통한 북핵의 평화적 해결이란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 준 프랑스에 사의를 표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현지에서 면담도 가진 바 있다. 그는 이어 100일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한국에서 개최될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필요한 북한과의 관계 개선 대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8월 국내 자동차 부품 전문 제조기업인 넥센테크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라파엘 전 총리는 이 업체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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