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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기자

등록 : 2018.01.12 18:19
수정 : 2018.01.12 18:35

투기와 기술 사이… 정부 내에서도 팽팽한 이견

등록 : 2018.01.12 18:19
수정 : 2018.01.12 18:35

법무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가상화폐 관련주들이 11일 동반 급락했다.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빌딩에 있는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의 대형 전광판에 표시된 동반 급락한 비트코인 시세표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 투기 근절에 애를 먹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 기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만만찮아 선뜻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투기 거품만 정교하게 걷어내는 외과수술식 규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 공식 입장 발표가 있기도 전에 대책이 새나가 시장 불신을 초래하는 일이 반복된 점도 정부의 신뢰를 깎아먹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12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화폐 대응 차관회의를 개최하고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추가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법무부의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에 관한 부처 간 조율이 주가 됐다.

정부는 앞서 비공개 실무회의, 차관회의 등을 수차례 거듭하고 있지만 묘수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등 다수 부처는 과도하게 끓어오른 비이성적 투기 열기를 잡는 것이 우선인 만큼 강력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은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염려한다. 자칫 한국 경제의 미래먹거리가 될 4차 산업혁명의 싹을 완전히 잘라버릴 수 있다는 우려다.

청와대도 선뜻 한쪽 손을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체적으로는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산업적 측면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의 산업화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처 간 이견이 아니라 부처 간 특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공식입장으로 확정되지 않은 대책이 발표에 앞서 공개되면서 그나마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마저 줄어들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선언하면서, 정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박 장관의 돌출 발언은 전날 법무부가 마련한 거래소 폐쇄안 문건이 언론에 새나간 데 따른 해명 성격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처 간 이견이 없다”고 단언했다가 청와대가 이를 부인하면서 시장 불신만 부채질 한 모양이 됐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정부가 마련한 가상통화 투기근절 특별대책 보도자료 초안이 공식 발표에 앞서 사전유출 되면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물론 정부로서는 가상화폐 투기 광풍이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거래소 폐쇄라는 마지막 카드를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까지는 각계의 이견은 물론 위헌 논란까지 난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어서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도 박 장관이 현실적 여건이나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서투른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수사권 조정 등 현안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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