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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자치정부 독립 추진… 이라크 삼국지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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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자치정부 독립 추진… 이라크 삼국지 가시화

입력
2014.06.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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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ISIS, 남동부 석권 태세 이라크 국경선 지각변동 조짐 쿠르드 대통령 "주민투표 시행" 케리 美국무, 쿠르드 예고없이 방문 이라크 위기해결 긍정적 역할 당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반군의 군사적 승리가 가속화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동 지역을 구획한 국경선에 지각변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ISIS가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에 걸쳐 세력권을 견고히 구축한 데 이어, 이라크 북부와 터키 남부에 흩어진 쿠르드 민족도 독립 수순을 밟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1945년 이후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이 지역의 전후 역학관계를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현상 변경을 막기 위한 미국의 개입과 그에 따른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라크ㆍ시리아를 석권 중인 ISIS

2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리아 전역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정권에 맞서고 있는 시리아 주둔 ISIS는 최근 이라크 형제로부터 엄청난 전쟁물자를 선물로 받았다. 형제 전사들이 이라크 정부군에서 노획한 미군 험비 트럭과 탱크를 지원 받은 것.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 같은 군수물자 지원 이후 시리아 ISIS는 지난 주말부터 정부군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형제 전사의 도움 때문일까. 시리아에서 전황도 ISIS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ISIS 반군은 5개월전 다른 반군이 자신들을 쫓아낸 알레포에 접근하는 등 시리아 남동부를 석권할 태세다. FT는 ISIS 세력이 유프라테스강 유역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면서, 이들 수중에 들어간 접경지역 길이가 1,000 ㎞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최대 1만3,000명으로 추정되는 ISIS 반군의 규모가 부풀려졌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FT는 2,000여명 핵심 전투원을 빼면 ISIS는 다른 전투원은 아프간 탈레반에서 공급받고 있으며, 세력 확장을 위해 이라크에서는 과거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친위세력과도 손을 잡았다고 소개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의 보안군이 24일 자치정부 수도인 이르빌과 이라크 제2도시이자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모술을 잇는 고속도로 검문소에서 이라크 시민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다. 아르빌=AP 연합뉴스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의 보안군이 24일 자치정부 수도인 이르빌과 이라크 제2도시이자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모술을 잇는 고속도로 검문소에서 이라크 시민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다. 아르빌=AP 연합뉴스

눈치 보던 쿠르드, 드디어 독립선언

ISIS 반란으로 촉발된 이라크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혀 온 쿠르드 민족은 마침내 독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쿠르드족 거주지가 겹친 터키 남부와 이란 서부에는 영토 분쟁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라크 지역 쿠르드 민족으로서는 천년 염원을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의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은 이날 “쿠르드인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시간이 왔다”며 이라크 중앙정부로부터의 독립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CNN방송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는 2주 전에 살던 이라크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이라크에 살고 있다”며 “쿠르드인들은 지금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립 추진과 관련, 그는 지금까지는 주민투표를 시행하지 않았지만 “주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이라크가 시아파 집권 정부와 수니파 반군의 교전으로 내전 위기에 몰린 상황에 대해 “이라크는 명백히 분열되고 있다”며 “중앙정부가 모든 것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바르자니 대통령의 언급은 이라크 정부군과 ISIS 반군이 교전하는 틈을 이용해 이뤄진 쿠르드 정예군 조직(페쉬메르가)의 키르쿠크 유전 장악도 독립 구상의 일환이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인구 500만여명의 쿠르드자치정부는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가 패배한 이후 미국 지원으로 자치 정부와 의회, 헌법, 군(軍) 구성을 보장받고 있다. 특히 관할 유전지대에서 하루 22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등 이라크 중앙정부와는 독립된 행보를 보여 왔다.

한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4일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인 아르빌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 케리 장관은 바르자니 대통령을 만나 이라크 사태 해결방안과 새 정부 구성방안 등을 논의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바르자니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케리 장관이 위기에 빠진 이라크 중앙정부를 돕기 위한 쿠르드 자치정부의 긍정적 역할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케리 장관은 23일 바그다드에서 알말리키 총리와 만나 늦어도 다음 달 1일까지 새 정부 구성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는 또 종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거국 내각을 구성해 이라크 국내 정세를 안정시킨 뒤 ISIS 무장세력을 몰아낸다는 미국의 구상도 전달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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