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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신고 3900건… 대한민국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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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신고 3900건… 대한민국도 불안하다

입력
2016.04.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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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서울까지 떨림 감지

일부 119전화 마비ㆍ대피 소동

불의 고리 50주년 주기설 등

인터넷ㆍSNS 타고 불안감 증폭

기상청 직원들이 17일 오후 기상청 국가지진ㆍ화산센터에서 특별 근무를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기상청 직원들이 17일 오후 기상청 국가지진ㆍ화산센터에서 특별 근무를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지난 14, 16일 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에서 연이어 발생한 강진으로 한반도에도 지진 트라우마가 엄습했다. 부산과 경남 등 규슈와 가까운 인접지역을 중심으로 신고와 제보가 쏟아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대피 소동까지 벌어지는 등 불안감이 증폭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람이 쉽게 감지할 만한 지진이 잦아져 ‘지진 청정국가’의 지위까지 급격히 흔들리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포의 주말, 수도권 일부서도 지진 감지

16일 새벽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은 직선거리로 320여㎞ 떨어진 부산에서도 감지됐다. 이날 측정된 부산 지역의 지진 규모는 3.0. 직접적 피해는 없으나 떨림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강도였던 탓에 부산과 경남 양산, 울산의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황급히 피신해야 했다. 부산 해운대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주민 최모(45)씨는 17일 “한밤중에 물을 마시러 부엌에 나왔다가 갑자기 창문이 흔들려 가족들을 다 깨우고 동틀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특히 고층 주민들이 진동을 많이 느낀 점을 보면 위력이 상당했던 것 같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번 지진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미세한 떨림을 알아챌 만큼 전국적으로 파장이 컸다. 서울 당산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43)씨는 “16일 새벽 12층 오피스텔에서 2차 지진 속보 소식을 접하자마자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고 이동식 식탁이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14~16일 119와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지진 관련 신고는 3,908건에 달한다. 이 중 3,400여건이 규모가 더 컸던 2차 지진 발생 직후에 집중됐고, 부산(1,503건) 경남(708건) 울산(697건) 등 진앙 인접 지역이 많아 위력을 실감케 했다.

각종 說說說… 온라인 타고 불안감 확산

각종 지진 예측 및 가설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혼란과 두려움도 한층 가열되는 분위기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지난해 5월 언론 기고에서 “2013년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3.0 이상 지진이 관측 이래 최고인 17회를 기록했다”고 언급, 더 이상 한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선언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전북 익산에서 관측된 규모 3.9 지진은 그 해 최대치를 찍어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환태평양 지진대를 가리키는 이른바‘불의 고리 50주년 주기설’도 계속 회자되고 있다. 더구나 이 지진대에 속하는 남미 에콰도르에서도 이날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하자 “환태평양 지진대에 뒤따르는 여진이 한반도를 비껴가지 않을 것” “올해 잠잠했던 지진 횟수는 대형 지진의 전조” 등 한국에 미칠 여파를 분석하는 글들이 온라인 내 지진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흡한 내진 설계와 지진 경고체계 역시 공포심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SNS 상에는 체감하는 지진 강도가 셌는데도 재난경고방송조차 나오지 않아 더 불안했다는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부산ㆍ경남 지역의 한 인터넷 카페 회원은 “심한 흔들림에 깜짝 놀라 부산재난안전대책본부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갔더니 먹통이었고, 대처 문자 하나 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119 신고전화가 폭주해 마비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안전처가 규모 6.3의 지진을 상정해 모의실험을 한 결과, 전국에서 2만3,736명의 사상자가 예측됐음에도 정부의 지진 대비책은 초보 수준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현재 지진이 일어나면 방송자막으로 알리는 것 외에 특별한 경보체계가 없다”며 “스마트폰을 활용해 자연재해 발생을 전파하는 시스템을 지진에도 적용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지진 위험군에 속해 있지만 관측 역사가 30년도 안돼 잠재 지진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기초연구와 조사를 통해 정확한 데이터가 축적돼야 실질적인 내진 방안을 세우고, 국민 불안감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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