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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 '등급'

입력
2014.09.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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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왼쪽부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각 정부 부처의 ‘최고 존엄’인 장관. 이런 장관도 휘하 공무원들에게 암암리에 등급이 매겨진다는 사실, 아시나요?

장관 등 기관장은 관료, 학자, 정치인 출신들이 대부분인데요, 출신에 따라 성향과 리더십이 극명하게 갈린다고 공무원들은 입을 모읍니다. 등급을 매기는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가 장관의 이런 출신 성분입니다.

‘1등급’은 정치인 출신. 부처 업무와 무관한 정치인이 낙하산 타고 오는 게 곱게만 보일 것 같지는 않은데 공무원들은 “장점이 더 크다”고 합니다. 통 크고 시원시원한 업무 스타일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합니다. 의사결정에 있어서 다소 소심한 모습을 보이는 관료들과 다르게 선이 굵다는 얘기. 정책의 세세한 부분은 괘념치 않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져주니 선호할 수밖에요. 더구나 공무원들이 불편해하는 정치권 외풍을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 역할에도 제격입니다. 최근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약속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이런 케이스입니다.

‘2등급’은 학자 출신입니다. 해당 분야에 조예가 깊은 교수나 연구자 출신이 부처 수장으로 발탁되는 경우인데요, 공무원들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무 감각은 떨어지는데 고집만 세다’는 게 이유입니다. 이론적으로 뛰어날진 몰라도 때로 이론보다 더 중요한 현장 실무에 어두운 탓에 임기 내내 업무 파악만 하다가 끝난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특유의 자존심 때문에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고 공무원들은 불평합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대표적인 학자 출신입니다.

‘3등급’은 의외로 자기 부처 출신 장관입니다. 직속 선배가 장관이 되면 부처 사정에 밝아 좋을 것 같지만 공무원들 생각은 다릅니다. 업무 디테일을 속속들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재량이 많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장관 정도 되면 빈틈도 좀 있어야 하는데 요령 부릴 틈 없이 빡빡하다는 거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내부 승진 케이스입니다. 2, 3등급은 공무원 개인 취향에 따라 순서가 바뀌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장관들은 등급이 낮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공무원에게 깐깐하고 불편한 장관이 국민 입장에선 오히려 반가운 사람일 수 있으니까요.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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