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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잃은 김무성, 명분만 지킨 유승민… 끝내 등 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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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잃은 김무성, 명분만 지킨 유승민… 끝내 등 돌리다

입력
2017.11.07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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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보수 대통합의 길” 탈당 주도

劉 “옳은 통합은 초심 지키는 것”

金, 새누리 탈당 때 劉 설득해 동행

이번엔 劉 마음 못 돌리고 복당

안팎에선 두 사람 모두에게 비난 화살

“金, 명분 없어” “劉, 왜 타협 안 하나”

정치적 고비를 함께한 김무성과 유승민. 첫 줄부터 좌우 순으로,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 사무총장이던 김 의원과 대표 비서실장인 유 의원. 2015년 4월 당 대표와 원내대표였던 두 사람이 당 회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바른정당 창당 직후인 올해 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 이달 10일 바른정당 만찬에서 주위의 환호에 떼밀려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ㆍ연합뉴스
정치적 고비를 함께한 김무성과 유승민. 첫 줄부터 좌우 순으로,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 사무총장이던 김 의원과 대표 비서실장인 유 의원. 2015년 4월 당 대표와 원내대표였던 두 사람이 당 회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바른정당 창당 직후인 올해 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 이달 10일 바른정당 만찬에서 주위의 환호에 떼밀려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ㆍ연합뉴스

김무성ㆍ유승민 의원이 결국 서로 등을 돌렸다. 지난해 12월 27일 ‘보수 개혁’이라는 뜻을 품고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 창당을 함께 주도했으나 11개월도 안돼 갈라섰다. 의원 8명과 6일 탈당 선언을 한 김 의원은 “보수대통합의 길”이라고 주장했고, 유 의원은 “옳은 통합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전날 심야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은 끝까지 유 의원과 함께 하고자 애를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곱 살이 더 많은 김 의원이 “승민아, 더 큰 데 가서 같이 투쟁하면서 보수도 개혁하고 네 뜻도 펼치면 되지 않겠나. 내가 밀어주꾸마”라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 의원은 “나도 통합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썩은 보수와 함께 할 수는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유 의원은 특히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들어 “서청원ㆍ최경환 의원 같은 친박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꼬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은 이날 의총 전부터 이미 마음을 굳혀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유 의원은 의총 초반 “이미 각자의 견해를 다 알고 있으니 오늘 ‘쿨하게’ 얘기하고 경청하자”고 말했다. 김 의원도 4시간 가까이 토론이 지속되자 “지난 번 의총에서 사실상 페어웰(farewellㆍ이별)했지만 섣불리 결정하지 말자는 의견 때문에 다시 모인 건데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하면 속엣말까지 나와 감정만 상할 것 같다”고 의총을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지난해 두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새누리당 탈당 여부를 두고도 생각이 달랐다. 그러나 “내 집을 왜 나가느냐”는 유 의원을, 김 의원이 “여기선 안 된다”며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마음을 돌렸다. 유 의원은 당시 “나는 대선에만 집중할 테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 같은 외연확장이나 당 운영은 형님이 알아서 하시라”는 당부를 김 의원에게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바른정당 사태의 알파와 오메가는 김무성 의원인 셈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유 의원을 설득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하더니 이번에는 유 의원을 버리고 복당한 것이다. 이에 유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한 원망이 상당해 보였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작년에 저는 새누리당에 남아 개혁을 해보려 했던 사람이고 오늘 탈당을 선언한 분들이 작년에도 (탈당을) 제일 먼저 결심하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우리가 추구하기로 한 개혁 보수의 길, 그 초심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말로 김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끝내 탈당을 선언한 김 의원과 잔류 뜻을 꺾지 않은 유 의원 모두에게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에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 말고는 바뀐 게 없는 한국당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명분 없는 복당’이라는 일침이, 유 의원에게는 ‘당이 쪼개질 위기인데, 최소한의 타협조차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이 꽂히고 있다.

갖은 불화설에도 항상 행보를 같이 했던 두 정치인의 결별에 안타까움도 교차한다.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5년 김 의원은 당 사무총장을, 유 의원은 대표비서실장을 맡아 최측근으로 꼽혔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도 박근혜 캠프의 핵심 참모였던 이들은 비민주적인 리더십을 비판하다 박 전 대통령과 멀어졌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뜻을 이루려면 “통합으로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는 길’과 “보수 개혁이라는 원칙을 버린 통합은 구태”라는 ‘죽는 길’이라는 간극을 좁히지 못해 이날 결국 다른 길로 돌아서게 됐다. 각자의 길 끝에 다시 교차로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날 김 의원은 “보수대통합의 길로 먼저 가겠다”고 여지를 열어놨다. 유 의원도 “옳은 통합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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