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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태지를 위한 바다쉼터는 언제 생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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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태지를 위한 바다쉼터는 언제 생길까요

입력
2017.07.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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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 이야기] 남방큰돌고래 보호방안· 바다쉼터 마련해야

바다로 돌아가 자유를 누리고 있는 제돌이. 고은경 기자
바다로 돌아가 자유를 누리고 있는 제돌이. 고은경 기자

제주도에는 세 부류의 돌고래가 있다. 쇼를 하는 돌고래, 방류된 돌고래, 야생 돌고래다.

지난 18일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포획된 지 20년 만에 제주 바다로 돌아가면서 방류된 돌고래는 7마리가 됐다. 아직 국내 수족관에 남아 있는 돌고래는 39마리다. 제주 앞바다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는 110여마리에 불과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지난 2012년 해양수산부가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해 포획과 유통을 금지했지만 여전히 서식지 파괴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번 방류를 계기로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체계적 방안 마련과 남은 돌고래들을 위해 해양보호소인 ‘바다쉼터’를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9년간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하다 지난달 제주 서귀포 퍼시픽랜드로 이송된 태지가 지난달 18일 공연장 뒤 격리된 수조 위에 떠 있다. 고은경기자
9년간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하다 지난달 제주 서귀포 퍼시픽랜드로 이송된 태지가 지난달 18일 공연장 뒤 격리된 수조 위에 떠 있다. 고은경기자

금등이와 대포 방류 하루 전인 17일, 제주 서귀포 중문관광로의 수족관 퍼시픽랜드를 찾았다. 여기에 금등이, 대포와 함께 9년간 서울대공원에서 생활한 큰돌고래 태지와 2005년 포획된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있다.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 잡힌 태지는 종과 서식지가 달라 제주 방류에서 제외됐다. 공공기관인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보호하는 방안을 울산 남구청이 거부해 5개월 한정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위탁을 자처한 퍼시픽랜드에 머물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태지에 대한 취재요청을 거부했으나 퍼시픽랜드를 어렵게 설득해 300톤 규모의 수조에 별도 격리된 태지를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떠있던 태지는 관계자가 뻗은 손을 탁 쳐내며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태지는 지난 2008년 서울대공원에 왔을 당시에도 혼자 구석에서 움직이지 않는 등 적응하지 못해 사육사들의 애를 태웠다. 퍼시픽랜드를 운영하는 중문마린파크 퍼시픽마리나의 고정학 대표는 “태지는 건강하게 잘 지낸다”며 “사육사들과 접촉도 잘하고 창살 너머로 다른 돌고래들과 교감도 한다”고 말했다. 사육사 출신인 그는 퍼시픽랜드에서 돌고래 쇼를 하다가 2015년 제주 앞바다에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복순이와 태산이를 키웠다. 퍼시픽랜드 측은 다른 돌고래들이 쇼를 하지 않는 시간에 수족관과 공연장을 오가는 태지가 다른 돌고래들과 익숙해지면 9월 이후 합사를 검토하고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태지는 4개월 내 거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퍼시픽랜드로 소유권이 넘어가 돌고래쇼를 하며 살아야 한다”며 “태지를 비롯해 남아 있는 돌고래들을 위해 하루 빨리 바다쉼터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방류되기 하루 전인 17일 제주 서귀포 퍼시픽랜드에서는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포함한 돌고래들이 쇼를 하고 있다. 고은경기자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방류되기 하루 전인 17일 제주 서귀포 퍼시픽랜드에서는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포함한 돌고래들이 쇼를 하고 있다. 고은경기자

퍼시픽랜드에는 태지를 제외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큰돌고래 아랑이, 남방큰돌고래와 큰돌고래 혼종 똘이와 바다 등 네 마리의 돌고래들이 쇼에 나와 높이뛰기, 소리내기, 음악에 맞춰 춤추기 등의 묘기를 부리고 있다. 이 중 두 마리는 두 명의 사육사들과 함께 수중 쇼까지 하고 있다. 하루 네 번의 쇼가 끝나면 돌고래들은 모두 사람들과 사진촬영도 한다. 쇼를 관람한 이형주 대표는 “돌고래들에게 다가가려면 신발을 소독하고 손을 씻어야 하는데 이를 알리는 설명과 주의사항이 전혀 없다”며 “어린이들이 돌고래를 만지게 하는 것은 돌고래와 사람 모두에게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 대표는 “그동안 어떠한 사고도 없었다”며 “공격적이거나 문제가 있는 돌고래는 없다”고 말했다.

18일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지내다 제주 함덕 앞바다에서 자연적응 훈련을 마친 남방큰돌고래 금등이가 가두리를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사람들과 이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18일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지내다 제주 함덕 앞바다에서 자연적응 훈련을 마친 남방큰돌고래 금등이가 가두리를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사람들과 이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요즘 세계적으로 지능이 높은 사회적 동물인 돌고래를 이용한 돌고래 쇼와 수족관을 폐지하는 추세다. 영국은 1993년 해양 포유류 전시와 공연을 없앴고 유럽연합 10여개국에는 돌고래 수족관이 없다. 프랑스도 지난 5월 돌고래의 수족관 사육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했고, 미국의 대표적 고래쇼 업체인 시월드도 범고래쇼와 범고래 인공번식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바다쉼터 건립과 돌고래 추가 수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마지막 남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방류하고 야생 남방큰돌고래를 위한 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방류도 중요하지만 야생 돌고래들이 잘 살도록 서식처 보존이 필요하다”며 “남방큰돌고래의 주서식처가 환경오염이 되지 않도록 해양풍력발전단지 일대를 돌고래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보호조례 제정 등 실질적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서귀포=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퍼시픽랜드 돌고래 쇼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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