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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기자

등록 : 2017.08.12 04:40
수정 : 2017.08.12 07:08

[블라인드 채용] 기업들 ‘실력 검증의 틀’ 마련이 관건… 면접관으로 팀장ㆍ대리도 참여

블라인드 채용, 이렇게 뽑았다

등록 : 2017.08.12 04:40
수정 : 2017.08.12 07:08

컨설팅 통해 직무 세분화하고

6개월 이상 전형절차 준비 필요

지원자에 구체적 업무정보 줘야

면접관들 평가와 교육도 중요

블라인드 채용의 성패는 기업의 준비에 달려 있다. 지원자 스펙을 가린 만큼 실력 검증의 틀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다.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 중인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6개월 이상 차근차근 전형 절차를 준비해야 혼란 없이 필요한 인력을 뽑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명확한 목표 설정과 투자 없이 시행하면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롯데그룹이 시행 중인 블라인드 채용인 '스펙 태클 오디션'에 참가한 한 지원자가 주어진 주제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직무 분석이 최우선 과제

우선 기업이 정확한 직무 분석을 통해 어떤 자리에 어떤 능력을 지닌 사람이 필요한지를 구체화하는 것이 첫 순서다. 학벌 좋고 머리 좋고 성실해 보인다는 식의 잣대가 없으면 도대체 무엇을 채용 기준으로 삼아 어떤 인재를 뽑을지를 명확히 정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달 처음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 구인구직 플랫폼 회사 사람인은 채용 공고를 내기 6개월 전 직무 분석 컨설팅을 받고 다른 기업의 사례를 연구한 뒤 채용 공고부터 싹 바꿨다. 과거 기획자로 뭉뚱그려 뽑았던 것을 이번에는 앱(모바일)기획자, 웹(PC)기획자로 나누고 R-프로세스 기획팀, 플랫폼서비스 기획팀, 재능마켓팀으로 구체화했다. 2016년 공공기관 중 블라인드 채용을 처음 실시한 한국국토정보공사 역시 가장 먼저 고용노동부의 전문 컨설팅 서비스 등을 통해 직무를 세분화했다. 이에 따라 과거 사무직, 기술직으로만 나눠 뽑던 것을 이제 경영회계, 지적측량, 공간정보 식으로 구체적 직무로 나눠 채용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는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계열사,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것도 정확한 직무 분석은 현장에서 나온다는 판단에서다. 2015년부터 ‘스펙(SPEC) 태클’이라는 이름의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 중인 롯데그룹은 매년 채용 계획을 세우기 전 계열사 인사채용 담당자들이 모여 워크숍을 진행한다. 롯데그룹 HR혁신팀 김진성 수석은 “계열사마다 어느 직무에 어떤 능력을 지닌 사람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능력을 검증하기에 블라인드 채용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심도 있게 논의한다”며 “과거의 채용 방식 결정은 그룹 주도로 이뤄졌다면 지금은 계열사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주요 계열사 별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직무 별 필요 인원과 이유, 적절한 채용 방식에 대한 의견을 내고 그룹은 이를 반영해 채용계획을 최종 결정한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인사담당자, 취업준비생 인식조사

지원자들에게 정보 줘야

분석된 업무와 기업이 기대하는 능력과 기준을 지원자들에게 최대한 구체적으로 알려 적합한 이들이 지원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허수 지원자가 줄고 심도 깊은 직무 평가가 가능해진다. 도입 초기인 만큼 더 절실하다.

사람인의 경우 올해 채용공고에 ‘상세 모집 요강’이라는 이름으로 팀별 업무를 4, 5줄로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에도 이전까지 재무, 인사관리, 홍보 등을 묶어서 사람을 뽑았던 것을 올 상반기 채용부터 직무를 세분화해서 따로따로 모집 공고를 냈다. 또 각 사업부문 담당자들이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직무 소개, 취업 노하우 등 정보를 제공하는 특강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14년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한 능력 중심 채용, 2016년 블라인드 채용으로 순차적으로 채용 방식을 바꿔온 국토정보공사 인사팀 홍지영 팀장은 “채용 패턴이 바뀌자 지원자들이 크게 동요했다. 취업준비생의 혼란을 줄이고자 3년 정도 시간을 갖고 입사지원서, 면접 방식 등을 차근차근 바꾸고 홍보도 열심히 했지만 사소한 것을 하나하나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경험을 밝혔다. 그는 “2년쯤 지나야 적응이 되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이 블라인드채용 프로그램 '바이킹 챌린지' 오디션 참가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직무 소개와 취업 노하우를 전해주는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SK제공

면접관은 실무급으로 확대 필요

블라인드 채용의 성패는 면접에 달려 있다. 학력과 성적 없이 실력을 볼 수 있는 것은 결국 면접에서다.

우선 면접관 구성부터 달라야 한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딱딱한 분위기에서 인상과 인성을 평가하는 질문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려서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대신 팀장급, 대리급까지 신입사원과 함께 일할 이들이 면접에 참여해야 실질적인 직무 평가가 가능해진다. 사람인도 인사팀 관계자와 함께 해당 부서의 팀장과 대리가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2014년부터 부장, 차장들이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면접을 진행한다. SK그룹도 직무 면접에 과장, 부장급이 참여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전문성과 공정성을 모두 감안해 내부 직원과 외부 전문가로 면접관을 구성하기도 한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이 각각 3명의 내부 직원과 외부 전문가로 면접단을 꾸렸다. 외부 면접위원 중엔 업무역량 평가 전문가, 컨설팅회사 관계자 등이 포함됐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블라인드 채용 실시 전후 달라진 입사지원서 모습

평가시스템과 면접관 교육 필요

채용시즌에만 잠깐 면접관으로 활동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평소 면접관을 선발하고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기업으로선 적잖은 투자다. 롯데그룹은 입사 지원자의 역량 평가와 면접관의 주관적 평가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면접관 인증제’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간부 사원 중 ▦평가 스킬, 평가 도구 이해, 모의 과제 분석 ▦실전과 비슷한 면접 실습 후 필기ㆍ실습평가를 거쳐 부면접관으로 인증한다. 부면접관으로 채용면접에 참여하고 그 실적이 우수하면 추가 인증을 거쳐 주면접관이 된다. 부면접관은 면접에서 미리 준비된 역량 관련 질문을 하고, 주면접관은 보충 질문을 통해 면접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SK그룹도 직원 중 면접관을 뽑아 관리하는 스카우터 제도를 시행 중이다. 팀장 급 이상 중 내부 구성원들의 추천을 받은 업무평가 우수자 중 선발된다.

롯데그룹의 블라이드 채용인 '스펙 태클 오디션'에 참가한 한 지원자가 자신이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면접관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선발된 면접관에게는 채용 중점 사항, 평가 과정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문경철 사람인 인사팀장은 “면접을 진행할 팀 내에서 누가 어떤 질문을 할지 역할을 나누고 내부 직원 앞에서 모의 면접도 한다”고 말했다. 채용 분야별로 공통 질문을 면접관들에게 제공하고, 어떤 답변에 얼마나 점수를 줄지도 사전 조율한다. 문 팀장은 “면접이 심층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팀을 나눠 할 수밖에 없는데, 면접관들의 차이 때문에 선발이 들쑥날쑥해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채용팀 신미정 대리는 “면접관들에게 응시자를 고객으로 대하라고 교육한다”며 “특히 블라인드 채용 면접에서는 실무 역량을 가려내기 위해 예시 질문을 충분히 숙지하도록 하는 동시에 외모, 가정 환경 등 언급하지 말아야 할 항목을 주지시킨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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