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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왜 울어?” 성편견 사회 비판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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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왜 울어?” 성편견 사회 비판 쏟아내

입력
2017.11.09 18: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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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나오면 아이는 누가 돌봐요”

“형광등은 당연히 남자가 갈아야”

500여명 경험담 등 열띤 토론

젠더 감수성ㆍ성평등 의식 높이기

‘서로에게 말걸기’ 캠페인 진행

8일 저녁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녀 서로에게 말걸기' 토크콘서트에서 성평등을 주제로 패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 최광기, 방송인 타일러 라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개그맨 황영진,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제공
8일 저녁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녀 서로에게 말걸기' 토크콘서트에서 성평등을 주제로 패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 최광기, 방송인 타일러 라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개그맨 황영진,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제공

“개그 프로그램에서 출연하던 코너가 갑자기 폐지됐을 때 눈물이 나더라고요. PD님은 ‘남자 새끼가 그까짓 일에 왜 우냐’고 핀잔을 줬어요.” (개그맨 황영진씨)

“새벽 강의를 나가면 사람들이 물어요. 애기는 누가 돌보는지를요. 남자 강사한테는 그런 질문 안하잖아요?”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장)

성 편견에 사로잡힌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남녀 모두를 짓누른다. 8일 저녁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 20,30대 젊은 남녀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여성가족부의 토크콘서트 ‘대한민국 남녀 서로에게 말 걸기’에서는 주변에 편재한 성차별 경험담이 쏟아져 나왔다. 함께 털어놓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는 자리였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비서로 일할 때 나이 든 외교관이 ‘왜 남자가 비서 자리에 앉아 있느냐’며 의아해 했는데 알고 보니 여성 비서에게 커피 대접을 받는 게 익숙해서 벌어진 일이었다”이라며 “한국에서 비서직에 지원하고 싶은 남자는 1차 전형에서 이력서 사진을 보고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개그맨 황영진씨는 “‘남자는 숟가락 하나만 들 힘이 있으면 성욕이 있다’는 말을 우스개로 쓰는데, 반대로 여성이 설거지할 힘만 있으면 성욕이 있다고 하면 괜찮겠느냐”며 “젠더 감수성은 성별을 떠나 상대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야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이나 언론의 보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말고, 성평등 관점에서 비틀어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지윤 소장은 “데이트폭력 사건을 보도하며 ‘도 넘은 데이트폭력’이라 지칭하는 것은 파트너를 살짝 미는 것은 괜찮고, 세게 때리는 건 안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백 장관을 비롯한 4명의 패널들은 젊은 세대에게 성별 고정관념에 갇히지 말 것을 주문했다. 정 장관은 “독일 유학 때 한국 남성들 중 요리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해 학교 식당이 문을 닫는 주말이면 계란을 20개 삶아 놓고 한 끼에 3개씩 먹다가 버티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가사노동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과정이지, 여성만이 경험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김지윤 소장은 “남녀간 1대1 관계가 형성되는 연애부터 고정된 성 역할 대신 합리성을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거운 짐은 항상 남성이 들어야 한다는 등의 고정 관념이 아니라 덜 피곤한 사람,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는 것.

이날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한 여성 대학생은 “술자리에서 여자 후배가 따라주는 술이 더 맛있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기분이 나쁘다”고, 남성 대학생도 “아동복지학과에 다닐 때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형광등은 남자가 갈라’는 말을 들어 불합리하다고 느꼈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여가부는 앞으로 젠더 감수성과 성평등 의식을 높이는 ‘말걸기 캠페인’으로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정 장관은 “남성과 여성 모두가 행복한 사회는 타인이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개개인이 문제 제기의 주체가 돼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만들어 내자”고 당부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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