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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경제학] 국내 자동차업계 슈퍼카 시장에 도전장, 시기상조일까

입력
2018.07.07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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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국내 대표적 자동차 브랜드인 현대자동차는 슈퍼카를 만들 능력이 있는가.”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우선 국내에서 슈퍼카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간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180만대를 넘어서고 있다. 이중 올해 수입차 비중이 18%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프리미엄 수입차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게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벤츠, BMW, 레인지로버 등의 판매량에서 우리나라는 4위를 차지한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슈퍼카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는 어느 정도일까. 루이뷔통과 샤넬 등 명품 가방을 처음 구매하는 사람들에겐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자신이 쓰기 편하거나 품질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 가방 선택의 최우선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메이커 로고가 크게 박혀 있거나 전통 문양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누가 봐도 명품 가방인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앞선다.

슈퍼카 제조업체로 널리 알려진 람보르기니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6년 3,457대에서 지난해 3,815대로 급성장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고작 평균 15~32대 사이를 판매,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더욱이 람보르기니의 최근 3년간 국내 판매량은 전 세계 판매량의 1% 미만이다. 포르쉐도 지난 7년간 국내에서 4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고 하지만, 지난해 판매량이 2,789대이다. 포르쉐와 비슷한 증가율을 보이는 롤스로이스도 지난해 8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국내 슈퍼카 시장 규모가 작다는 건 결국 가방과 마찬가지로 성능보다는 남들이 알아주는 이름난 메이커의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수입차의 주 고객층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이런 점에서 슈퍼카의 경쟁력을 그저 기술력에서만 찾는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슈퍼카도 상품이기 때문에 판매 가능성이 커야 개발 및 생산에 착수하게 되기 때문이다. 슈퍼카는 수요가 매우 적기 때문에,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강하다.

그래서 글로벌 슈퍼카 시장에 후발 자동차업체들은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장벽이 높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슈퍼카 회사들은 고유 브랜드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인수 합병을 통해 주인이 바뀌더라도 대부분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다. 기나긴 인수합병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에 존재하는 이유다. 대부분의 슈퍼카 업체들은 경영난 끝에 대중적으로 수익을 내는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인수당해 왔다.

기술력과 자긍심 그리고 장인정신만으로 기업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슈퍼카 산업의 이면이다. 일본 토요타, 닛산도 그간 잘 만든 슈퍼카 모델들이 많았음에도 국내 시장에서 성공적인 반응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슈퍼카라는 건 기술력이나 제품의 성능 혹은 가격 경쟁력과 무관하게 시장이 형성되는 괴물과 같은 것이다.

시장도 좁고 장벽도 높으며,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만 선호하는 슈퍼카 시장에 국내 메이커가 과연 도전장을 던질 수 있을까. 수익성을 포기하고 기술력을 홍보하기 위한 효과를 얻는 것이 목적이라면 모를까, 시기상조로 판단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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