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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GM의 공장폐쇄와 외국인투자정책

입력
2018.02.18 13:5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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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시드(outsourced)’라는 영화가 있다. 다국적기업이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인도에 콜센터를 세우고 책임자를 파견했는데, 현지여성과 사랑을 만들어 나간다는 로맨틱 코미디다. 그런데 영화의 배경은 그리 달콤하지 않다. 영화의 말미쯤, 콜센터도 정착되고 주인공들의 사랑도 완성되어 갈 때 본사에서 짧은 연락이 온다. “인도를 폐쇄하고 중국으로 간다.”

한국 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였다. 전후방 연쇄효과가 큰 산업이라 파장이 크다. 해당 공장은 물론 협력 및 하청업체들까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공장을 폐쇄하는 이유는 수익성과 생산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공장유지를 검토하겠다고 하지만 실질은 압박이다. 호주 GM의 사례처럼 지원을 받고도 수년 후 폐쇄 및 철수카드를 내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GM의 결정에 대한 반응은 제 각각이다. 정부가 수수방관했다는 비난에 대해 이미 과거 정부 때부터 문제가 곪아가고 있었다는 반론이 있다. 원인을 두고도 귀족노조가 문제인지, 먹튀가 문제인지, 각각의 입장에서 해석이 갈리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국민들은 또 다시 공적 자금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고 있다. 외환위기 때 외국인투자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당시 국내자본은 도산한 기업들을 인수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용창출이 가능한 그린필드형 직접투자는 더욱 환영 받았고, 싼 가격의 부지불하에서부터 조세감면까지 패키지형 지원이 주어졌다. 2002년 GM의 투자 역시 그 과정에서 이뤄졌다. 외국자본의 유치가 가장 큰 치적이자 성과이던 시기다.

놓치고 있는 게 있었다. 직접투자도 필요하다면 떠날 수 있다는 점이다. 포트폴리오 투자의 경우 자본의 유출입이 실시간 일어난다. 그러나 직접투자는 철수비용이 크다는 점에서 사실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전략은 보다 유연해졌다. 무역환경 등을 고려하여 비용대비 효용이 크면 언제든 움직일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해외공장이 가지는 한계이다.

협상과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냉철하게 원인을 찾아 밝히는 일이 먼저다. 먹튀를 비난하지만 기업의 본질은 이익의 창출이다. 핵심은 경영의 적법성에 있다. 본사에 지급된 로열티, 연구개발비 및 부품가격 그리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동종업종 그리고 유사한 상황에 해당하는 정도의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면 탈법 가능성이 크다. 관련 법적 근거가 있다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당장 미국의 앤슨폴리오법처럼 외국인투자자의 권한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손익계산이 필요한 부분이다.

근로자들의 낮은 생산성이 문제였는지, 물량배정이 작아 생산성이 낮아졌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자동차업계 귀족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적 시각은 비판적이며, 이는 금번 공적 자금 투입 반대청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역할도 살펴보아야 한다. GM은 수년 전부터 글로벌 전략에 가시적 변화를 보여왔다. 따라서 정부는 만약을 대비한 시나리오 정도는 갖추고 있었어야 한다. 2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은 매우 크다. 역시 주주로서의 권한을 충실히 수행했는지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입지는 좁다. 특히 선거는 그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벌써부터 정치적 수사가 난무하고 있어 안타깝다. 국민들은 각자가 현 사태를 정쟁에 이용하기 보다는 문제해결에 힘을 모으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기회에 외환위기 상황에서 그 기본 틀이 형성된 외국인투자관련 정책 및 법들도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위기는 기회이며, 바로 지금이 그 때이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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