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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야당 수술 메스 쥐고 ‘노무현 정신’ 내세운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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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야당 수술 메스 쥐고 ‘노무현 정신’ 내세운 김병준

입력
2018.07.18 04:40
수정
2018.07.18 07:3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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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무현 브레인’으로 승승장구

박근혜 정부선 국무총리로 지명

보혁 진영 넘나드는 광폭 행보

#2 “盧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친노진영 “배신자” 비난 때마다

역설적으로 ‘노무현 정신’ 강조

#3 “보수 전향보단 자기 신념 확고”

“강한 권력욕 행보” 평가 엇갈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위원장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위원장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책사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무총리 지명을 받았다가, 이번에는 몰락한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지난 15년간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이처럼 진영을 넘나들며 광폭 행보를 한 인사를 찾으라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과거 한 배를 탔던 친노 인사들로부터 ‘배신자’ 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정작 본인은 총리 지명 때나, 비대위원장 선출 때도 일관되게 ‘노무현 정신’을 얘기하고 있다. 이런 그에 대해 지극히 현실주의자라는 평가부터 스스로 대권에 오르고 싶었을 정도로 권력욕이 과했다는 비판까지 동시에 존재한다. 그가 정치적 입지를 바꾼 진짜 배경은 무엇일까.

‘노무현’하고는 통했지만 ‘친노’들과 결이 달라

김 위원장은 17일 비대위원장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비대위원장 선출 소식에 부산 친노 그룹의 핵심이자 참여정부 청와대 제2부속실장 등을 지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쏘아붙이자 이같이 응수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16년 1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총리 지명을 받은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모가 이념적 대척점에 선 박 대통령 구원투수로 나선 데 대한 소회를 묻자 “(총리직 수락이) 노무현 정신에 부합한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가 운영이 중단돼선 안 된다’고 하셨을 것”이라며 역시 ‘노무현’이란 이름 석자를 꺼내 들었다.

노무현(가운데)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2003년 1월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김병준(왼쪽) 당시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와 악수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무현(가운데)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2003년 1월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김병준(왼쪽) 당시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와 악수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실제 노 전 대통령을 빼고 김 위원장의 정치 이력을 설명하긴 어렵다. 김 위원장은 1993년 교수로 재직하던 국민대 출신이자 노 전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서갑원 전 의원 소개로 노 전 대통령이 세운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이사장을 맡으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서 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2002년 대선 초기에 아무도 노 전 대통령을 안 도와줄 때 혼자 정책팀을 꾸린 게 김 위원장”이라며 “대통령직 인수위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거쳐 노 전 대통령 작고 전에는 마지막 집필 과정도 같이 했을 정도였다”고 두 사람의 관계를 소개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과 통했지 친노 인사들과는 교분이 두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논문표절 논란 등으로 취임 13일 만에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서 낙마 할 때를 복기해보면 그런 정황이 일부 엿보인다. 참여정부 청와대의 한 핵심인사는 “교육부 장관 낙마 때 정권 내부의 소장파 그룹이 전혀 도와주질 않았던 것이 친노 그룹과 갈라지게 된 결정적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서 전 의원은 “당시 당에서 청와대와 거리를 둘 때여서 그랬던 것이지, 문재인 대통령이나 친노 그룹에 서운함을 느꼈을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 한번 해보고 싶다”…강한 권력의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범여권 진영에 속해 있었다. 2012년 대선에선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지지했다. 이후 언론 칼럼을 통해 중도ㆍ실용적 시각을 제시해온 그가 박 전 대통령 탄핵 무렵 보수 진영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친노 그룹에 대한 서운함보다는 그의 권력 의지와 무관치 않다는 게 그를 아는 인사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은 대통령 후보를 한번 하고 싶어 했다”며 “문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진 것은 아니라고 직접 저에게 언급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도 “김 위원장은 입신양명에 대한 집념이 아주 강하다”면서 “김 위원장은 자신이 정치와 지방행정에 대해 가르쳤던 노무현도 대통령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보수 진영으로 말을 갈아 탄 김 위원장의 행보에서도 이런 흐름은 감지된다. 당시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총리 후보자로 지명 받고 이를 수락하는 기자회견을 했을 때 일화다. 김 위원장은 “헌법이 규정하는 국무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실제로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도 추천했다. 수락 기자회견 도중 흘린 눈물의 의미에 대해 “(참여정부에서 일하면서) 국가에 대한 걱정과 국정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며 “그때 하고 싶었던 것을 다 못했다. 좌절하고 넘어지기도 하면서”라고 언급한 대목에서는 미완의 권력의지가 묻어났다는 평가다.

김병준(오른쪽)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전국위원회에서 혁신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을 하기 위해 일어서자 김성태(왼쪽) 원내대표가 단상으로 안내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병준(오른쪽)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전국위원회에서 혁신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을 하기 위해 일어서자 김성태(왼쪽) 원내대표가 단상으로 안내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보수 정권 몰락 이후 최근까지 그와 접촉했던 한국당 인사들은 “김 위원장은 애초부터 자유시장경제에 입각한 정책 추진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가치 지향점을 분배에 둔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마찰을 빚어 왔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의 정체성이 애초부터 어디에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그가 대구ㆍ경북(TK) 출신이라 보수로의 변신이 쉬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잘못된 계파 논쟁과 진영 논리 속에서 그것과 싸우다가 죽어서 거름이 되면 큰 영광”이라는 비대위원장 취임 일성에서 드러났듯이, 그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중도ㆍ실용 정신을 한국당에 이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최근까지 김 위원장과 만남을 가졌다는 참여정부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지금도 (보수로) 전향했다고 생각 안 할 것이다”라며 “정의당에 비하면 민주당이 보수당이기 때문에 자신은 지금도 원래 자신이 추구했던 가치를 고수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 작년 118만원 접대 골프 의혹

검찰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수사”

한편 강원경찰청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렸던 KLPGA 프로암 경기에서 접대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함승희 당시 강원랜드 대표 초청으로 골프를 쳤고, 골프 비용ㆍ기념품ㆍ식사 비용 등을 포함해 접대 규모는 118만원이었다는 제보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국민대 교수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었다. 권익위는 제보 내용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경찰은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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