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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청와대 눈치 보는 민주당, 이대로 라면...

입력
2018.04.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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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얼마 전 인터뷰 자리에서 남경필 경기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모습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같은 당 소속으로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남 지사의 발언이었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귀담아 듣지 않을 수 없는 얘기였다.

남 지사의 언급을 조금 더 부연하면 이렇다. 그는 “지금 민주당에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혼란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한 목소리로 일관되게 가야 된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이게 결국 ‘독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남 지사는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의 몰락도 결국 새누리당을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시킨 게 결정적이라고 했다. 당청간 건전한 긴장관계가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정권이든 오래 유지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남 지사는 “민주당의 재집권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장기집권은 고사하고 집권 1기에 끝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곁들였다.

실제 지난해 5월 정권교체 이후 청와대와 몰락한 보수당에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는 사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들어 그런 모습은 더 짙어지는 양상이다. 당장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개헌 문제만 해도 그렇다. 6월 지방선거와 개헌투표 동시 실시를 목표로 야당들과 본격적인 개헌협상에 들어간 민주당이지만 진척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당 등 야당으로부터 민주당 자체 개헌안을 내놓으라고 공격을 당하고 있지만,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 상태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달 본보가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개헌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 6월 개헌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야당 지도부들보다 설문 조사에 훨씬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한 국회 관계자는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준비되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다른 얘기를 했다가 청와대 눈밖에 날 것을 우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런 민주당의 모습은 비단 개헌 문제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정권 교체 이후 비트코인 대책과 교육정책 등에 있어 잇따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 이런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쓴 소리하는 의원을 찾아볼 수 없다.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달 2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헌법 전문과 기본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달 2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헌법 전문과 기본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왜일까. 최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임명을 보면서 어렴풋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20대 국회 입성에 실패한 민주당의 19대 전직 의원 40명 가운데 20명이 현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장과 청와대 비서관 등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 시절 보수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적폐로 규정해 공격에 나섰던 이들이 정권 교체 후 언제 그랬냐는 듯 같은 방식으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다.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궁색한 해명은 이전 보수정권 때도 똑같이 반복돼 왔던 말이다. 과연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인재가 그들 말고 없을까 하는 생각이 일반 국민들의 머릿속을 스칠 것이다. 그러다 보니 김기식 원장부터 피감기관 지원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다음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반기인 2020년에 21대 총선이 예정돼 있다. 지금과 같은 패턴의 낙하산 인사가 계속된다면, 21대 총선 때는 지금 자리를 꿰찬 전직 의원들이 국회에 다시 복귀하고, 그 시점에서 공천에 탈락하거나 선거에서 낙선한 인사들이 그 자리를 다시 채우는 인사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리고 그런 인사를 주도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예단이고 억측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당청관계에서 그런 흔적이 드리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전 정권의 실정을 하나 둘 합리화 해 가는 것이 결국 전 정권과 같은 말로의 싹을 움트게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청와대나 민주당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 4년이 남았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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